얼마 전 진료실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던 사건이 있었다. 자매가 잇따라 난소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자매는 BRCA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 유전자의 변이로 인해 난소암이 발병된 것으로 진단됐다.
전문의 칼럼│배덕수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
표적항암제 보험급여 적용하길
난소암은 암 중에서도 악성으로 꼽힌다. 초기 자각증상이 거의 없어 환자의 80% 이상은 말기에 가서야 처음 진단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5년 생존율도 62%로 다른 암에 비해 낮은 편이다. 또한 완치 후에도 80% 이상의 환자가 2~5년 내에 재발한다. 이 자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한된 치료 옵션과 치료제의 높은 가격이 난소암 환자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요소다. 현재 보험급여가 적용되고 있는 난소암 치료제 수는 다른 여성암보다 적다. 표적치료제 등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신약을 쓰기 위해서는 한 달에 수백만원에 달하는 약값을 오롯이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환자들은 암에 걸린 것도 고통스럽지만 경제적으로 열악한 치료 환경이 더욱 고통스럽다고 호소한다.
하지만 두 자매에게도 희망이 찾아왔다. 최근 BRCA 유전자를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로 활용한 표적항암제가 등장한 것이다. 이 표적항암제의 임상시험에서 진행성 난소암 환자의 20~25%가 재발 없이 장기간 생존했다. 일부 환자는 2년 이상의 생존기간을 보였다. 이 때문에 최근 난소암 2차 유지요법 치료제로 이 표적항암제를 추천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표적항암제는 보험급여가 적용되고 있지 않다. 정부의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암 관련 환자의 진료비 부담이 상당 부분 감소됐지만 난소암은 재발률이 높고 환자 수가 적다는 이유로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난소암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에서 벗어나 생존율을 높이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의료비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 더 많은 난소암의 치료 옵션과 보장성 보험급여를 더욱 강화해 난소암을 극복해 내는 그날이 오기를 희망해 본다.
배덕수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