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직원인 조모(44)씨는 회사가 대구로 이전하면서 경기도 분당에 가족을 남겨 두고 졸지에 기러기생활을 하게 됐다. 지금은 18㎡(약 5평) 남짓한 원룸에 살고 있다. 하지만 올가을에 동료 2명과 함께 방 3개짜리 84㎡(약 25평) 아파트로 이사를 갈 계획이다. 그는 “월세에 비해 원룸의 편의성이 떨어져 동료와 아파트에 사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9년 전 추계와 달리 작년부터 1인 가구 최다
높은 주거비는 결혼·출산 기피 원인
2030년까지도 2인 가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구 유형일 거라고 예상했다. 예측은 크게 빗나갔다. 통계청이 올 9월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 전수 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는 520만 가구로 전체의 27.2%를 차지했다. 2인가구(26.1%)를 넘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된 가구 유형으로 올라섰다.
중년층(40~50대) 1인 가구도 2007년 99만5000가구에서 지난해 172만7000가구로 늘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자리 등 이유로 인해 따로 사는 부부가 늘고 미혼·이혼 인구도 증가하면서 중년 1인 가구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택 공급은 이런 구조 변화와 따로 놀았다. 공급되는 아파트는 2~3인 가구를 겨냥한 게 대부분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7년 이후 2015년까지 분양된 전체 아파트 가운데 54%가 60~85㎡ 이하 중형 아파트다. 같은 기간 1인 가구가 살 만한 60㎡ 이하 소형 아파트 공급은 전체의 29.3%에 불과하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사업자는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형·임대주택 공급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공주택 공급 역시 2~3인 가구에 초점을 맞추면서 1인 가구가 주택 공급의 사각지대로 남았다.
오피스텔·기숙사·고시원 등 ‘주택 외 거처’에 사는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59%를 차지한다. 고시원 등은 주택법의 적용을 받는 건축물이 아니라 최저주거 기준(14㎡)에도 못 미치는 1인 가구의 실태는 파악조차 안된다.
열악한 주거 환경과 높은 비용은 청년층의 결혼 기피와 저출산으로 이어진다. 1인 가구는 전체 소비중 20%를 주거비로 쓴다. 3~4인 가구 주거비 비중의 2배 수준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1인 가구의 저소득층 비중이 높고 주택 구매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대형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 매매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새누리당 김현아 의원은 “임대 관련 수수료를 줄여 민간 사업자의 임대업 진출을 촉진하고 1인 가구에 맞는 다양한 주거유형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승민 기자·이우연 인턴기자 sh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