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 ‘혼술남녀’(방영 중, tvN)는 혼자라서 외롭고 혼자라도 괜찮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늦은 밤 홀로 술잔을 기울이는 현대인의 ‘웃픈(웃기고 슬픈)’ 일상. 서울 노량진 ‘공시촌(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을 배경으로, 공무원 입시 학원 강사들과 학생들의 짠내 나는 삶을 그린다. 서로가 서로의 경쟁자일 수 밖에 없는 노량진 입시 학원의 세계. ‘혼술남녀’에는 오직 ‘공시 패스’만을 생각하며 외부와 단절된 채 공부에 몰두하는 청춘들이 나온다. 그들은 목표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집안의 걱정거리인 기범(키)은 할머니 칠순잔치에 참석하는 것도 주저하고, ‘장수생’ 동영(김동영)은 뒷바라지에 지쳐 이별을 선언한 여자친구를 붙잡지 못한다
“TV를 보거나 옷을 사는 것마저 죄인이 된 기분”이라던 채연(정채연)의 말처럼, 극 중 공시생들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작은 즐거움도 누릴 수 없다. 그저 친구들과 기울이는 소주 한잔이 일상의 가장 큰 사치다. 강사들이 사는 세상도 치열하고 팍팍하긴 마찬가지다. 학원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경쟁해야 한다. 학생들이 모의고사 점수에 민감하다면, 강사들은 수강생 인원에 예민하니까. 진웅(민진웅)은 인기 강사가 되기 위해 날마다 성대모사를 연습하고, 하나(박하선)는 거리에서 발이 퉁퉁 붓도록 자신의 수업 홍보 전단을 돌린다.
TV 보는 남자. 드라마 '혼술남녀'
박하선은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2011~2012, MBC)에 이어 이번에도 발군의 코미디 연기를 선보인다. 특히 술 취한 연기가 압권. 그런데 그의 만취 연기가 이전처럼 코믹하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술기운을 빌려 술술 털어놓는 하나의 속내에 가만히 귀 기울이게 된다. 이를테면 하나는 정석 앞에서 술주정을 부린다. 자신이 누군가의 대타로 종합반 강사에 포함됐다고 오해했기 때문이다. “낙지가 없으니 오징어는 어떠냐”는 포장마차 주인 아주머니의 권유에 “나 역시 오징어…”라던 하나. 그것은 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말하기 힘든 주인공의 속마음이자 누군가 한 번쯤 느껴 보았을 기분이었다. ‘혼술남녀’에서 이 장면이 가장 웃기지만 가장 서글프게 기억되는 이유다.
취하고 싶지만 좀처럼 취할 수도 없는 꿈의 맛. ‘혼술남녀’는 그 꿈에 애타는 이들의 현실을 다독이는 드라마다. 사실 우리는 짐작했던 것과 다른 모습의 하루하루를 견뎌 내고 있다. 이루지 못한 꿈과 감추고 싶은 마음을 안주 삼아 오늘도 ‘혼술’하는 모두를 위해, 건배.
진명현 노트북으로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 등 장르 불문하고 동영상을 다운로드해 보는 남자. 영화사 ‘무브먼트’ 대표. 애잔함이라는 정서에 취하면 헤어 나오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