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불꽃축제는 올해로 14회째다. 1시간여 동안 한국·일본·스페인 대표 불꽃팀이 참여해 10만여 발의 불꽃을 쏘아올린다. 윤 대리는 한국팀 불꽃에 하나하나 고유 주소를 붙여 언제, 어떻게 터질지 조율한다. ‘10번 6인치 스마일 불꽃 3발을 1분28초에 점화시켜 1분32초에 보이도록 한다’는 시나리오를 짜는 식이다. 이번 축제 테마는 ‘마법(magic)’. 그는 “불꽃이 없는 마을에 마법사가 찾아와 불꽃을 선물한다는 내용이다. 불꽃과 내레이션·영상·특수효과를 더한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연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화 불꽃 디자이너 윤두연씨
8일 여의도 불꽃축제 총괄 디자인
하나하나 꾸미고 음악 선곡까지
“불꽃쇼 위해 지방 출장 1년에 50번”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2009년 한화에 입사한 그는 매년 한화가 주최하는 전국의 불꽃축제를 40~50개씩 총괄 디자인한다. 축제가 휴가철이나 연말연시에 몰린 만큼 남들 쉴 때 제대로 쉬기도 어렵다.
“지방 출장을 1년에 50번씩 다니곤 했습니다. 신용카드 사용 내역이 모텔 숙박비로 가득 찬 적도 있다니까요. 화약을 다루다 바지를 태운 적도 많고요. 바다에 배를 띄워 불꽃을 쏘는 부산불꽃축제 땐 폭풍우를 만나 바다에 빠진 적도 있으니 일이 참 거칠죠.”
하지만 그는 “불꽃을 보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면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 불꽃 디자이너를 계속 하고 싶은 이유”라고 말했다. 일본 오마가리 불꽃축제는 100년, 호주 시드니 하버브리지 불꽃축제는 7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그는 “외국에선 불꽃축제를 하나의 문화 상품으로 대우하는데 한국에선 축제 끄트머리에 분위기를 띄우는 정도로 여겨 안타깝다”며 “불꽃에 조명·레이저·영상을 결합한 종합예술 면에서 강점을 가진 한국의 불꽃쇼를 세계로 수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