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 하나는 정서적인 것이다. 백화점에 갈 때마다 ‘중국에 온 기분’을 느낀 지 오래다. 한글이라곤 한 글자도 없는 안내문은 기본이요, 매장 안내원이 중국어로 인사하는 경우도 잦다. “한국인은 할인 안 돼요”는 상식이다. 무례한 유커도 많다. 대뜸 중국말로 묻고 못 알아들으면 비아냥댄다. “중국말도 모르네.” 이게 명동 한복판인지 베이징 시내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싸구려 관광객 좋아하다
싸구려 나라 될까 걱정
관광 산업은 흔히 무공해·황금알로 불린다. 꼭 진실은 아니다. 프랑스 경제학자 세르주 라트슈는 “선진국의 관광이 남반구의 ‘발전’을 돕는다는 가설은 거짓”이라고 말한다. 경제에 도움은 찔끔 주면서 해당 국가의 질서와 생활, 환경과 문화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제3세계 지원 비영리단체 ‘아르티장 뒤 몽드’는 “1000유로짜리 관광 상품을 팔았을 때 방문 국가에 떨어지는 돈은 200유로 미만”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리처드 톰킨스는 “(단체)관광은 환경과 안전면에서 지구적 공적 1호로 간주될 것”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유커는 지난해 1인당 1만4000위안(약 258만원)을 썼다. 그중 약 70%가 쇼핑이다. 그 쇼핑이란 게 화장품 몇 개, 특산품 몇 개 빼면 주로 이탈리아, 프랑스 명품 팔아주는 게 대부분이다. 게다가 인사동 기념품마저 중국산으로 대체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 돈을 벌자고 우리는 도심을 중국 관광객 버스에 내주고 청계천을 유커의 흡연 공간, 북촌을 유커의 산책로로 내주고 있다. 중국인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지금의 유커 특수는 결코 남는 장사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오는 손님을 막는 건 대안이 아니다. 답은 다 안다. 관광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단체 관광 위주의 유커 대신 싼커(散客·자유여행객)가 더 오게 하자. 싼커는 많이 쓰고 멋스럽게 놀 줄 안다. 그들을 오게 하는 건 맛과 멋과 문화다. 이미 중국 여행객의 80%는 싼커다. 적자·싸구려 관광엔 싸구려 관광객만 꼬일 뿐이다. 중국은 비자 장사 꼬박꼬박 하는데 우리만 무비자로 유커 유치에 매달리는 일부터 그만두자. 나라 꼴만 싸구려가 될 뿐이다.
내친김에 더 크게 보자. 유커에 앞서 차이나 머니가 오게 하자. 돈이 오면 사람은 저절로 온다. 한국을 투자하고 싶은 나라, 본받고 싶은 나라, 살고 싶은 나라로 만들면 된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2년 전 이렇게 말했다. “시진핑의 사정 칼날을 피해 중국의 검은돈이 대륙을 탈출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 인수합병(M&A) 1위에 오르고 세계 부동산 싹쓸이에 나선 것도 이런 돈들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중국의 그림자 금융만 9000조원이 넘는다. 이 돈부터 잡아야 한다. 돈이 오면 사람은 저절로 따라온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아직은 늦지 않았을 것이다.
이정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