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은 골목 안에 있더라
정신과 의사 윤대현의 남아공 음식점 ‘브라이 리퍼블릭’
“단체 손님에게 돈 더 받는 ‘거꾸로’ 식당”
자연 스러운 친절, 추가 비용 아깝지 않아
외국인 사장, 남아공 바캉스 느낌은 덤
수제 소시지·미트파이 램은 매력 넘쳐
남아공에 가서 바비큐 파티를 즐기는 것도 물론 멋지겠지만 긴 비행시간으로 인한 피로와 여행 경비 같은 비용적 요소까지 고려하면 만만치 않다. 투자하는 비용만큼 기대치가 오르는 것이 마음의 법칙이기에 웬만큼 멋진 바비큐 파티를 경험하지 않고는 차라리 한국에서 먹는 삼겹살이 더 낫다고 투덜거질 지 모른다. 비행기 탈 필요 없이 갈 수 있는 이태원 여행이 경쟁력을 갖는 이유다. 바캉스의 라틴어 어원이 자유라고 한다. 여행의 욕구는 나를 얽어 매고 있는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자유를 느끼고자 하는 것이다. 마음은 자유로워질 때 재충전이 일어나고 다시 현실에서 열심히 일할 힘을 얻는다. 마음이 지쳐 있을수록 더 먼 곳으로 여행 가고 싶어 진다. 자유를 향한 욕구가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먼 곳으로의 해외 여행이 항상 더 큰 자유를 주는 건 아니다. 마음만 더 지치게 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하루 10분, 점심 때 짬을 낸 나만의 산책 시간도 훌륭한 바캉스가 될 수 있다. 주말에 내 마음을 공감해 줄 좋은 벗과 이국적인 분위기의 이태원의 맛집을 찾는 것 비용 대비 아주 훌륭한 바캉스 여행이 아닐까 싶다.
음식도 맛있고 사장과 직원 친절해 병원 식구들과 함께 한 짧은 남아공 여행을 잘 끝낼 수 있었다. 처음의 얹잖았던 마음은 사라져, 친절 비용이 추가된 음식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데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절이라는 감성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지만 그래도 감사의 표시를 했다는 생각 때문이었던 같다.
친절이 서비스상품화 되다 보니 감성노동에 피로를 호소하는 이들이 세상에 가득하다. 원래 친절은 자연스러운 감정 반응이다. 저 사람이 나에게 친절하니 나도 자연스럽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친절사회에선 상대방이 친절하건 말건 인공적으로 친절한 감정을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 친절사회가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문제는 사람의 감성을 돈과 권력 같은 사회적 파워로 쉽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속물적 접근일 것이다. ‘내가 돈 많고 힘도 갖고 있으니 저 사람은 나에게 친절해야 해’라는 생각은 상대방의 감성에 상처를 줄 뿐 아니라 내 마음 역시 딱딱하게 굳게 한다. ‘기계적인 친절이 싫다’는 말은 ‘진짜 친절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내가 진심으로 친절해야 상대방의 진짜 친절도 맛 볼 수 있다.
브라이 리퍼블릭
● 전화 : 070-8879-1967
● 영업시간: 평일 오후 5시~밤 10시(라스트오더 9시), 주말 낮 12시~밤 11시(라스트오더 9시30분)
● 주차 : 용산구청 등 근처 유료주차장 이용
● 메뉴 : 미트플래터(3만3000원), 미트파이 램(1만 2000원), 양갈비 (1조각 8000원), 소시지(양·소·돼지 혼합은 6000원, 돼지는 5000원)
● 드링크 : 남아공 맥주(castle larger 6500원), 애플 사이다(7000원), 와인(잔 6000원, 500ml 1만5000원, 1L 2만8000원)
이주의 식객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라이프스타일 의학과 문화힐링에 관심이 많다. 맛집을 찾는 사람들 마음 속엔 음식이 주는 쾌감에 대한 기대뿐 아니라 함께 식사하는 사람을 위한 배려, 그리고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픈 공감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스스로도 늘 새로운 맛집을 열심히 찾아다닌다.
자랑질과 허세가 난무하는 인증샷 시대다. 지금 이 순간도 SNS엔 끊임없이 일상을 자랑하는 포스팅이 올라온다. 소셜미디어 분석업체인 다음소프트가 2010년 1월부터 2015년 8월까지 SNS에 올라온 인증샷을 분석했더니 맛집(4만 6017건)이 여행(11만 8632건)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등 ‘경험’을 자랑하는 포스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어디 가서 먹고 노는 걸 과시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그런데 잠깐. 이렇게 남에게 과시하려는 노출 욕망은 결국 다른 이의 삶을 훔쳐보려는 관음적 욕망이 있기에 가능한 게 아닐까. 맛집이야말로 그렇다. 입맛은 정말 제각각인데 남들이 어디서 뭘 먹는지에 유별난 관심을 갖는 건 어쩌면 맛 자체보다는 타인의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가 궁금해서일지도 모른다.
오늘(10월 5일)부터 새로 시작하는 ‘멋 좀 아는 식객의 맛집 재발견’은 이런 궁금증을 해소시켜줄 새로운 유형의 맛집 소개 시리즈다. 각 분야에서 나름 확고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을 뿐 아니라 멋스런 삶을 사는 8인의 명사들이 각각 두 그룹으로 나뉘어 한 달에 한 번 본인이 즐겨 찾는 맛집을 소개한다. 이번 주엔 패션 디자이너 요니 P와 정신과전문의 윤대현(서울대) 교수, 모델 이현이, 셰프 스테파노 디 살보가 본인의 개성은 물론 직업적 특성까지 드러낸 독특한 맛집 칼럼을 보내왔다.
의도치 않게 이들의 추천 맛집 리스트를 통해 급속도로 성장한 한국의 외식문화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첫 회에 등장하는 맛집 4곳 중 2곳이 각각 이탈리아와 남아공 사람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이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이처럼 다양한 미식을 선보일 수 있는 도시라는 걸 새삼 알 수 있었다.
안혜리 부장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ahn.hai-ri@joongang.co.kr
오늘(10월 5일)부터 새로 시작하는 ‘멋 좀 아는 식객의 맛집 재발견’은 이런 궁금증을 해소시켜줄 새로운 유형의 맛집 소개 시리즈다. 각 분야에서 나름 확고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을 뿐 아니라 멋스런 삶을 사는 8인의 명사들이 각각 두 그룹으로 나뉘어 한 달에 한 번 본인이 즐겨 찾는 맛집을 소개한다. 이번 주엔 패션 디자이너 요니 P와 정신과전문의 윤대현(서울대) 교수, 모델 이현이, 셰프 스테파노 디 살보가 본인의 개성은 물론 직업적 특성까지 드러낸 독특한 맛집 칼럼을 보내왔다.
의도치 않게 이들의 추천 맛집 리스트를 통해 급속도로 성장한 한국의 외식문화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첫 회에 등장하는 맛집 4곳 중 2곳이 각각 이탈리아와 남아공 사람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이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이처럼 다양한 미식을 선보일 수 있는 도시라는 걸 새삼 알 수 있었다.
안혜리 부장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ahn.hai-r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