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최근 이 학원에서 김영란법 위반자를 손쉽게 단속할 수 있는 비법 등 이론 교육(총 3시간30분)을 받은 수강생이다. 이들은 이날 서울의 한 병원 장례식장으로 첫 현장 출동을 앞둔 상황이었다.
▶추천 기사 [단독] 그린파인 3년간 21차례 고장…북 미사일 감시 42시간 구멍
장례식장 출동 3명 따라가보니
상주 측에 “○○씨 조문 왔나” 묻자
의심 없이 보여주는 방명록 찰칵
“법 위반 가능성 있는 2건 찾아”
시계·가방·안경 등에 몰카 숨겨
“사생활 보호안 마련해야” 여론도
오후 6시40분, 초보 ‘란파라치들’이 김영란법 위반자를 찾기 위해 장례식장으로 출발했다. 점검 대상자는 이 학원이 미리 신문 부음란 등을 통해 사전에 파악해 둔 인사들이었다.
조화를 보낸 사람이 조의금까지 이중으로 냈는지를 확인할 증거를 찾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호상소에서 문 대표가 “김○○씨가 조문을 왔느냐”고 물으니 상주 측에서는 아무런 의심 없이 방명록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명부를 확인해 줬다. 명부 속 이름은 몰래카메라 렌즈에 그대로 노출됐다. 상주 측에서 “조문을 오지 않았다”고 하면 문 대표는 “아직 오지 않았네”라며 옆에 있던 란파라치에게 “어서 연락해 같이 조문 드리자”고 능청맞게 연기했다.
이날 현장활동은 빈소 3곳에서 40분가량 진행됐다. 화환의 리본에는 모 대학병원 관계자, 경기도 내의 한 지자체 관계자, 기업 대표 등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현장활동을 마친 문 대표는 “김영란법 위반 가능성이 있는 사항을 2건 정도 찾았다”고 말했다. G공익신고학원은 이날 장례식장에서 수집한 자료를 분석해 위법사항이 드러나면 당국에 신고할 방침이다.기자에게 자영업자라고만 신분을 밝힌 수강생 이씨는 란파라치로 나선 이유에 대해 “부업으로 공익신고활동을 하게 됐는데 사회를 정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퇴직자라고 밝힌 수강생 박씨는 “퇴직 후 (마땅한 일을 찾지 못하다) 공익신고요원 일을 알아보게 됐다. 사생활을 캔다는 비난보다 법 위반사항을 적발하는 공익적 기능이 있지 않느냐”고 했다. 란파라치 활동이 어느 정도의 수입(포상금)을 보장해 줄지에 대해 두 사람은 아직 확신을 갖지는 못했다.
란파라치 양성 학원을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 문 대표는 “실정법을 어기려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경각심을 심어 주고 싶다. 탈세자를 찾아내는 ‘세파라치’처럼 공익신고는 세수 증대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아직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지만 앞으로 란파라치들이 활개 칠 경우 적잖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400만 명이나 되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를 잠재적 범법자로 간주하면 공직사회가 지나치게 움츠러들고 법 적용 대상자와 주변인들의 사생활까지 침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권혁성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부정청탁을 금지한 (김영란법의) 취지는 좋지만 무분별한 란파라치 활동이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 부작용을 줄일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수원=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사진=신인섭·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