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작은 한 여자와 세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꿈과 영화, 현실의 관계를 그린 장률 감독의 ‘춘몽’, 폐막작은 이라크 뉴웨이브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후세인 하싼 감독의 ‘검은 바람’이다. magazine M이 올해 상영작 중에서 놓치기 아까운 작품들을 미리 골라 봤다. 이번 부산영화제에서 ‘발견’될 한국 신인 감독 두 명의 인터뷰도 함께 싣는다.
은판 위의 여인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타하르 라힘, 콘스탄스 루소, 올리비에 구르메, 마티유 아말릭│130분│프랑스·벨기에·일본
비바람 그치니 가을이 왔다,
다시 부산이다
스테판이 은판사진기법을 고집하는 것은 삶과 죽음에 대한 은유다. 살아 있는 존재를, 은판 위에 고정시키려는 행위를 통해 스테판은 자살한 아내와 연결된다. 스테판의 저택은 그렇게 삶과 죽음, 곧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세계다. 삶(현실)과 죽음(환상)을 연결하는 그 신비한 기운은 장과 마리의 관계로 옮겨 간다. 그 오묘하면서도 구슬픈 연인의 사랑을 통해 이 영화는 묻는다. 끔찍한 현실과 신비한 환상 중에 무엇을 믿겠느냐고. 그것이 꼭 구로사와 감독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보여 줘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고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죽음 너머의 존재에 혼을 빼앗기는 스테판과 장 역을 각각 맡은 프랑스의 두 연기파 배우 올리비에 구르메와 타하르 라힘의 절절한 표정이 여운을 남긴다.
오버 더 펜스
야마시타 노부히로│오다기리 죠, 아오이 유우, 마츠다 쇼타, 미츠시마 신노스케│112분│일본
아라우카이마 맨션
카를로스 마욜로│아드리아나 에란, 비키 에르난데스, 루이스 페르난도 몬토야│86분│콜롬비아
이두용 감독과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회고전
2016년 부산영화제 한국영화 회고전의 주인공은 한국 장르영화의 길을 개척한 이두용(75) 감독이다. 액션영화와 토속물로 유명한 감독이지만, 멜로·호러·미스터리·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영화에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남겼다. 그는 한국영화를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해 샤머니즘 등 토속적 소재를 적극적으로 쓴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담하고 속도감 넘치는 편집은 지금 봐도 놀라울 정도. 그간 이 감독의 작품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이뤄지지 못했음에도, 박찬욱·류승완·오승욱 감독 등이 그에 대한 애정을 여러 번 드러낸 바 있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액션영화 전성기의 포문을 연 ‘용호대련’(1974)을 비롯해 제3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특별상을 받았던 ‘피막’(1980), 제37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1983) 등 8편을 볼 수 있다.
올해 76세를 일기로 타계한 이란 거장이자 이번 부산영화제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을 기리는 ‘그리고 영화는 계속된다: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회고전’도 주목하자.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그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1970년 ‘빵과 골목길’로 데뷔한 이래 세계 영화계에 큰 영향을 미친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부산영화제와의 인연도 깊다. ‘체리 향기’로 1997년 부산에 처음 방문한 이후, 여러 번 부산을 찾아 아시아 영화 학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 줬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최근작인 ‘사랑을 카피하다’(2010) 등 그의 대표작 10편이 상영된다. 또한 부산대학교 영화연구소와 함께하는 ‘아시아작가연구’ 포럼에서 그의 영화 인생을 다룬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액션영화 전성기의 포문을 연 ‘용호대련’(1974)을 비롯해 제3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특별상을 받았던 ‘피막’(1980), 제37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1983) 등 8편을 볼 수 있다.
올해 76세를 일기로 타계한 이란 거장이자 이번 부산영화제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을 기리는 ‘그리고 영화는 계속된다: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회고전’도 주목하자.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그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1970년 ‘빵과 골목길’로 데뷔한 이래 세계 영화계에 큰 영향을 미친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부산영화제와의 인연도 깊다. ‘체리 향기’로 1997년 부산에 처음 방문한 이후, 여러 번 부산을 찾아 아시아 영화 학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 줬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최근작인 ‘사랑을 카피하다’(2010) 등 그의 대표작 10편이 상영된다. 또한 부산대학교 영화연구소와 함께하는 ‘아시아작가연구’ 포럼에서 그의 영화 인생을 다룬다.
카페 6
닐 우│둥쯔젠, 체리 응안, 린바이홍│103분│대만·중국
한 남자가 자신의 과거를 추억하는 형식으로 펼쳐지는 이 영화는, 대만판 ‘응답하라 1994’라 해도 좋을 만큼 아련하고 정겹다. 특히 젊고 푸릇푸릇한 첫사랑의 싱그러움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구석구석 그려 낸 점이 돋보인다. 중반부까지 이어지는 민리우와 신뤼의 애틋한 사랑은, 그 누구도 함부로 재단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두 사람의 애틋한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하는 순간을 포착한 장면들도 섬세하고 빼어나다.
다소 뻔한 이야기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아름다운 몇몇 장면만으로도 야외 상영관에서 관람하기에 손색없는 작품이다. 동명 온라인 소설로 인기를 얻은 작가 닐 우의 장편 감독 데뷔작이다.
토니 에드만
마렌 아데│피터 시모니슈에크, 산드라 휼러, 루시 러셀│162분│독일
그리고 의치와 가발로 변장하고, ‘토니’란 이름의 남자로 딸 앞에 나타난다. 계속해서 딸을 곤경에 빠뜨리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에 대해 환멸과 연민을 동시에 느끼는 딸. 두 사람의 관계는 때로는 폭소를 터뜨리는 코미디로, 때로는 가슴 따뜻한 휴먼 드라마로, 때로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사회 드라마로, 번번이 관객의 예상을 뒤집으며 흘러간다. ‘독일 영화는 웃길 줄 모른다’는 편견을 깨뜨리는 이 영화는 독일의 여성 감독 마렌 아데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 이번 기회에 그의 이름을 확실히 외워 놓는 게 좋겠다.
마리아와 다른 사람들
넬리 레게라│바바라 레니, 호세 앙헬 에히도, 로시오 레온│96분│스페인
넬리 레게라 감독은 잔잔한 일상 속에 펼쳐지는 아주 작은 일들을 통해,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흔들리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어른아이’의 속내를 세밀하게 그린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작은 결심을 하며 한 뼘 더 성장하는 마리아의 변화를 보여 주는 결말까지 탄탄하다. 마리아를,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20~30대 여성이라면 누구라도 감정 이입할 만한 인물로 빚어낸 배우 바바라 레니의 공이 크다.
현재 아시아 영화계를 대표하는 세 거장 감독이 부산영화제에서 만난다. 대만의 허우샤오시엔(69),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54), 한국의 이창동(62) 감독이 그들이다. 10월 10일 오후 5시, 부산 영화의전당에 자리한 ‘아주담담 라운지’에서 열리는 ‘특별대담1:아시아 영화의 연대를 말하다’ 무대에서 세 감독은 아시아 영화 연대의 필요성과 그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아시아 최고의 거장 감독이 한자리에
“부산영화제가 부산시와 갈등을 겪은 지난 2년 동안 아시아의 많은 영화인이 영화제에 대한 지지를 보내왔다. 그 공감과 연대를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보자는 생각으로 이번 대담을 기획했다.”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의 말이다. 허우 감독과 고레에다 감독이 부산영화제에 힘을 보태는 뜻으로 신작이 없음에도 ‘이번 부산영화제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표하자, 김 프로그래머가 세 감독의 대담을 제안하며 성사됐다. 진행은 허문영 영화평론가가 맡는다. 세 감독은 모두 칸국제영화제 수상 경력이 있다. 허우 감독은 ‘자객 섭은낭’으로 지난해(제69회) 감독상을, 고레에다 감독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2013년(제66회) 심사위원상을, 이 감독은 ‘시’로 2010년(제63회) 각본상을 수상한 바 있다.
장성란·임주리 기자 hairp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