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은 “신 회장이 롯데그룹의 이익을 형·누나 등의 가족이 빼돌리도록 한 점에서 법적인 책임이 무겁다”고 주장했다. 반면 신 회장 측 변호인은 “혐의의 상당 부분이 신격호(95) 총괄회장이 경영권을 행사하던 때 벌어졌기 때문에 신 회장에게 그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맞섰다. 법원은 신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 “대기업 비리수사 어려워져”
부실·무리한 수사 논란 직면할 듯
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검찰은 ‘부실 수사, 무리한 수사’ 논란에 직면하게 됐다. 검찰은 사상 최대 규모인 30여 개 계열사를 압수수색하고 100일 이상 롯데그룹을 전방위 수사했지만 결과는 상대적으로 초라하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수사팀은 당초 핵심 수사 목표로 ‘비자금 규명’을 내세웠다. 하지만 신 회장에 대한 영장 혐의 내용에서 ‘비자금’은 빠졌다. 그나마 롯데건설에서 300억원대 비자금을 찾아냈지만 신 회장과의 관련성은 찾지 못했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팀은 수사 초기 법원의 무더기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수퍼 영장’이라며 혐의 입증을 자신했다”며 “하지만 이후 롯데 주요 인사의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비자금 수사가 아니다’며 후퇴했다. 검찰로선 군색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롯데홈쇼핑의 9억원대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 의혹의 실체 규명도 미완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롯데그룹은 1967년 창사 이래 초유의 총수 구속 위기에서 벗어나 ‘신동빈의 새 롯데’ 개편 작업을 다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다음달 검찰의 중간 수사 발표가 나오면 정책본부 개편 등 그룹 개혁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신 회장은 이날 오후 출근해 그룹 현안을 보고받고 임원들에게 “기존에 추진하던 지배구조 개선안과 기업 투명성 확보, 사회공헌 방안 등 혁신안을 준비해 달라”고 주문했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올스톱됐던 투자를 연말까지 최대한 예년 수준(약 7조원)으로 맞추고, 내년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날 롯데 계열사 주가도 일제히 올랐다.
구희령·현일훈·송승환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