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사용후 핵연료를 영구 저장 시설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사용후 핵연료는 방사성 물질 함유량이 높아 고준위 폐기물로 분류된다. 처분장 운영업체 포시바의 킴모 레토(43) 판매부장은 “핀란드에는 태양광도 충분치 않은데다 바람도 약해 원전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럽 각국 원전 폐기물 관리 대책
70년대부터 원전을 본격적으로 짓거나 가동한 핀란드·스위스·스페인 등에서는 원전 내 부지에 폐기물을 임시 저장했다. 하지만 40~50년 밖에 버티지 못한다. 그래서 원전 폐기물 영구 저장시설이 필요하다. 이들 국가에서 폐기물 처분장 건설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핀란드는 83년부터 부지 선정 작업에 들어가 14년 만인 97년 수도 헬싱키로부터 200㎞에 떨어진 지역에 폐기물 저장시설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저장시설을 만드는 포시바 직원 아리 안틸라(50)는 “원래 원전이 있던 지역이라 주민 이해도가 빠른데다 연간 세수의 3분의 1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찬성 비율이 절반 이상 나왔다”고 말했다.
핀란드는 25만년마다 오는 빙하기까지 대비해 400m 이상 깊은 지하에 폐기물을 저장한다. 개당 2억원인 폐기물 저장용 구리 원통도 개발했다. 이재학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사용후핵연료사업추진팀장은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폐기물 저장소 건설이 본격화하면 핀란드는 기술을 수출하는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 12개국과 함께 폐기물 처분 기술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 해발 1730m 높이의 산악지대에서 450m 깊이의 동굴을 파 연구시설을 만들었다. 규모 6.0의 지진이 50~100년 마다 일어나는 곳이라 지각이흔들리는 상황에도 대비하고 있다.
지역 주민과 갈등을 빚는 곳도 있다. 스페인은 2011년 고준위 폐기물을 60년간 저장할 수 있는 중간 처분장을 수도 마드리드에서 120㎞ 떨어진 소도시에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지자체 반대로 소송이 걸리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마을에서는 “노인들만 있어 경제를 살리기 위해 처분장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와인 농장이 있는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필수 전 국제원자력기구(IEAE) 방사선·수송·폐기물안전 국장은 “해외 사례를 단편적으로 보지 말고 국토가 좁고 인구 밀도가 높은 한국의 특성을 감안해 지역 주민을 충분히 설득해 폐기물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