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글로컬] 고속철은 호남 주민생활에도 큰 영향 수익성 떨어져도 ‘전라선’ 달려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2016.09.28 01:12

수정 2016.09.28 01:29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김호
내셔널부 기자

고속철도 운영사 SR㈜은 오는 11월 수서발 SRT의 시범운행을 거쳐 12월 중 정식운행할 예정이다. 서울역 또는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코레일의 KTX와는 별개의 고속철이다. SRT가 운행을 시작하면 KTX와 함께 전체적인 고속열차 운행 횟수가 늘면서 이용자들의 편의성이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또 기존 KTX에 비해 저렴한 요금으로 SRT 이용도 가능해진다.

문제는 SRT가 전라선에서는 달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는 SRT의 운행 편수를 부산이 최종 목적지인 경부선 34회, 목포가 최종 목적지인 호남선 18회로 정했다. 정부는 SR㈜이 보유하고 있는 고속철 이 32편성 밖에 되지 않고 수익성이 떨어진다 는 입장이다.

전북 익산에서 전주·남원과 전남 순천을 거쳐 여수에 도착하는 전라선 KTX 운행 편수는 하루 10회에 불과하지만 이용객은 빠르게 늘고 있다. 2014년 봄 행락철인 4월부터 7월까지 하루 평균 5662명에 이용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엔 8292명까지 늘었다.

SRT 운행 노선에서 전라선이 빠진 데 대해 지역 차별이라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4월 호남고속철도 개통 이후에도 전라선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전라선 KTX 증편을 하지 않고 있다.


전라선이 위치한 전남 동부권은 서울 등 타지역 관광객은 물론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남해안 관광의 중심지다. 여수 밤바다, 여수엑스포장, 순천만 국가정원 등 유명 관광지가 몰려있다. 아울러 전남 동부권에는 100만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인접한 경남 서부권까지 합치면 140만여 명이 전라선 생활권에 속해 있다. 전라선 이용 잠재 고객은 연간 28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여수·순천·광양시 등 전남 동부권 3개 지자체 시장과 지역 국회의원, 광양만권경제자유규역청장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공동 건의문에 서명하고 전라선 KTX 증편과 수서발 고속철의 전라선 운행 등을 촉구했다. SRT가 지역 차별 논란을 빚는 또다른 이유는 현재 코레일의 KTX 운행 편수 역시 경부선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코레일에 따르면 평일 기준 KTX는 경부선 119회, 호남선 64회, 전라선 20회 왕복 운행한다.

철도는 사회기반시설이다. 호남고속철도 개통 이후 해당 지역과 수도권 주민들이 하루 안에 오가는 혜택을 누리게 됐을 정도로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전라선을 외면한 채 시작되는 SRT는 해당 지역민들의 소외감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KTX 증편이든, 수서발 고속철 투입이든 지역 주민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호 내셔널부 기자 kim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