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로 만난 카마로는 당장 달려나갈 듯한 야생마를 연상시켰다. 낮은 차체에 길고 두터운 엔진룸이 위압감이 들게 했다. 2개 문짝을 여는 느낌이 묵직했다. 운전석에 앉자 차에 폭 파묻힌 느낌이 들었다. 유리창 면적을 줄여 시야가 빠듯했다. 인테리어는 운전자 중심으로 살짝 기울어지게 디자인했다. 8인치 디지털 디스플레이 계기판엔 코너에서 차체가 얼마나 쏠리는지 가늠할 횡가속도, 정지 상태에서 시속 200㎞까지 가속했다 다시 멈출 때까지 시간을 재는 타이머까지 챙겼다. 항공기 엔진 모양의 커다란 송풍구가 다이내믹한 느낌을 살렸다.
타봤습니다│카마로SS
서울 여의도에서 출발해 올림픽대로 가양대교~동작대교 구간을 포함한 서울 도심 50㎞ 구간을 시승했다. 시동을 걸자 ‘부웅’ 하는 배기음이 뿜어져나왔다. 투어 모드에서 느린 속도로 달릴 때는 스포츠카인지 못 느낄 정도로 승차감이 부드러웠다. 가속 페달에도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스포츠·트랙 모드로 바꾼 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자 ‘우르릉’ 하는 배기음을 내며 용수철 같이 튀어나갔다. 자연흡기 방식 엔진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른 응답성이다. 페달을 조금만 깊게 밟아도 온 몸이 시트에 파묻힐 정도의 가속력을 뿜어냈다. 순식간에 시속 150㎞(정지→시속 100㎞ 4초)에 이르는 가속감에 속이 후련했다. 그러니까 카마로 SS는 매일 타고 다닐만한 고성능 자동차다.
쭉 뻗은 직선 도로를 달릴 땐 유럽산 고성능 스포츠카 못지 않았다. 고속에서 급제동했을 때 반응도 빨랐다. 다만 칼날 같은 코너링 감각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고속에서 코너링할 경우 차량 뒷부분이 살짝 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시내 주행에선 세단 못지않게 정숙하다. 서스펜션(현가장치)도 스포츠카치고는 부드러워 도로 위 요철·과속방지턱을 넘는데 부담이 없었다.
급가속·급제동을 반복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시승 후 평균 연비는 L당 4.3㎞에 불과했다.(공인 연비 L당 7.8㎞). 배기음을 들으려 엔진분당회전수(RPM)를 높이거나 시내 주행을 반복하면 연비는 L당 2.5km까지 떨어졌다. 시속 90㎞로 정속 주행했을 때만 L당 연비가 14㎞ 수준이었다. 50km 주행했을 분인데 연료칸이 두 칸이나 떨어지는 건 부담스러웠다.
비싸고 좋은 차는 많지만 싸고 좋은 차는 드물다. 카마로SS는 후자다. 직접적인 경쟁 모델인 포드 머스탱 5.0 GT만 하더라도 국내에선 6000만원이 넘는다. 게다가 미국에선 카마로가 머스탱보다 더 비싸게 팔리고 있으니 ‘반가운 역차별’이다. 물론 굳이 가성비란 수식어 없이 차 자체만 봐도 썩 괜찮다. 미국 본토 차를 적극적으로 들여오려는 한국GM의 전략에 올라타 ‘짐승차’의 위력을 실감하고 싶다면 고려해 볼 만한 신차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