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김영란법 혁명’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렸다

중앙일보

입력 2016.09.27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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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시대가 오늘부터 열린다. 지난 7월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론이 내려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드디어 시행에 들어가는 것이다. 공직자와 교원, 언론인 등 400만 명에게 적용되는 이 법은 한국 사회의 관행 전반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김영란법을 제정한 목적은 사회 곳곳에 만연한 부패와 부정 청탁 관행을 뿌리뽑기 위해서다. 헌법재판소는 “부패는 법의 지배와 경제질서를 왜곡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경제발전을 늦추며 빈부격차를 확대시킨다”고 법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 적용 대상자들은 직무관련성이 있는 사람에게서 1회 100만원 이하, 연 300만원 이하를 받으면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아도 2~5배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1회 100만원, 연 300만원을 넘을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의례의 목적’이라면 3만·5만·10만원 이하의 식사·선물·경조사비 제공이 허용된다.

부패 관행 개혁해 한 단계 도약할 계기
‘더치페이가 원칙’ 새 문화 정착시켜야
너무 경직된 해석·적용은 경계할 필요

 이처럼 엄격한 법 규정에 대해 “과도하게 개인 생활을 규제하는 것”이란 시각이 상존하고 있다. 현실에 맞지 않아 사문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란파라치(김영란법+파파라치)’에 대한 우려 속에 법원 판례가 쌓이기 전까지 적용 범위를 둘러싼 혼선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김영란법이 ‘공정하고 깨끗한 사회’로 이어질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을 때다. 법 적용을 피해 갈 편법을 찾는 건 옳지 않다. ‘애매할 땐 더치페이(각자 계산하기)가 원칙’이란 문화를 정착시키는 게 법 취지에 맞다.

 다만 법 규정을 너무 경직되게 해석·적용할 경우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할 것이다. 대법원은 법원 내부에 배포한 ‘청탁금지법 Q&A’를 통해 국민권익위가 직무관련성의 범위를 너무 넓게 해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법리와 합리적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법 적용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공무원들이 부정청탁 시비를 피하기 위해 정당한 민원에까지 소극적 자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그간 음성적인 청탁이 이뤄져 온 원인 중 상당 부분이 민원처리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데 있다. 부정 청탁 소지를 없애기 위해선 행정처리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국민권익위와 검찰·경찰 등 관련 기관들도 자의적인 법 적용이 이뤄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정인에 대한 ‘표적 조사’는 김영란법의 근간을 무너뜨릴 위험성이 있다.


 김영란법 시행을 맞아 그간 의식적·무의식적으로 그릇된 관행에 젖어 있었다는 사회적 반성이 필요하다. 법 정신에 따라 생활과 습관을 바꿔 나간다면 한국 사회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법 시행 과정에서 드러나는 부작용에 대해선 끊임없이 관련 규정을 손질하고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영란법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참여와 노력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