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 ‘세월의 흔적’을 여는 원영일(77) 여사의 소회다. 원 여사는 최형우(81) 전 내무부 장관의 아내다. 28일부터 6일간 서울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열리는 전시회 ‘세월의 흔적’은 원 여사와 최 전 장관의 결혼 50주년 금혼식을 계기로 기획됐다. 원 여사가 2009년부터 올해까지 그린 나팔꽃·장독대·단풍 등 그림 30여 점과 최 전 장관이 1996년에 쓴 글씨 다섯 점이 함께 걸린다.
미대 출신 원영일 여사 개인전
“여생 즐겁게 여행하는 출발점”
평생 정계에 몸담은 최 장관 때문에 원영일 여사는 ‘정치인 내조’로 일생을 보냈다. 세종대 미대에서 유화를 전공한 원 여사는 졸업 후 서울과 인천에서 두 차례 개인전을 갖고 64년엔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입선을 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결혼 후 그림을 거의 그리지 못했다. 원 여사는 “국가를 위해 동분서주한 정치인의 아내로 사느라 개인 생활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 원 여사가 다시 붓을 잡은 건 10여 년 전 일흔이 가까워서다. 그는 “97년 3월, 남편이 뇌졸중으로 갑자기 쓰러졌고 이후 간호자로 신분이 바뀌어 다른 일은 모두 접어야 했다”며 “마음 쉴 곳이 필요해 그림을 다시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일주일에 두 차례 그림을 그리며 마음에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원 여사는 “오늘의 이 전시는 삶의 틈바구니에서 내 마음을 다스리려 노력한 흔적들”이라며 “작품성을 떠나 여생을 즐겁게 여행하려는 출발점이니 다 같이 와서 저의 힐링열차에 탑승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