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IFA에서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 잡은 것 중 하나는 보쉬·지멘스(BSH)가 공개한 인공지능 주방보조 로봇 ‘마이키(Mykie)’였다. 삼각뿔 모양 몸통에 동그란 얼굴을 가진 마이키는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다. 화면과 음성을 통해 사용자의 질문에 대답한다. 레시피는 물론 냉장고 안에 어떤 재료가 있는지 알려주고, 부족한 게 있으면 온라인으로 주문까지 해준다. 재료를 준비하는 동안 오븐을 예열해주거나 커피 머신까지 작동시킨다.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된 냉장고와 세탁기, 식기세척기 등 각종 주방가전을 마이키아 제어하는 것이다. 음악 재생이나, 날씨 알림은 기본이다. BSH가 상용화 시점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2~3년 안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 냉장고 중심 플랫폼 강화
말하는 요리 비서, 빨래 개는 기기도 등장...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 매년 60%씩 성장 전망
LG전자는 스마트홈 사업을 위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과 손을 잡았다. 자사 스마트홈 플랫폼인 스마트 씽큐 센서와 스마트씽큐 허브에 아마존 음성 인식 서비스인 ‘알렉사’를 결합한다는 구상이다. 음성으로 각종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건 스마트홈의 필수 요소로 꼽힌다. 가전제품에 간단히 부착할 수 있는 스마트씽큐를 통해 제품 동작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다. ‘스마트씽큐 허브’는 각각의 센서들과 연동해 정보를 종합하는 역할을 한다. LG전자는 물이나 식재료를 손쉽게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세탁기 도어의 스마트씽큐 센서를 누르면 세제를, 냉장고의 센서를 누르면 음료를 구입하는 식이다.
전기자동차와 연결하는 스마트홈 솔루션도 처음 소개했다. 전기차 충전을 직접 조율하는 건 물론 내부 충전량이 부족할 경우 직접 태양열을 끌어들여 충전을 돕는 것도 가능하다. 조성진 LG전자 사장은 “수요 감소와 경쟁 심화로 사업환경이 쉽지 않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는 물론 스마트홈, 생활 로봇, 핵심 부품 등에 적극 투자해 생활가전의 사업역량을 키우고, 미래를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추격자들이 내놓은 혁신의 결과물도 속속 등장했다. 파나소닉은 ‘더 나은 삶, 더 좋은 세상(A Better Life, A Better World)’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미래형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했다. 가장 눈길을 끈 건 빨래부터 옷 개기까지 자동으로 관리하는 ‘론드로이드’다. 일본 벤처기업 세븐 드리머스가 개발한 론드로이드에 세탁된 옷을 집어넣으면 형태를 인식해 종류별로 분류하고 갠다. 센서와 인공지능을 갖춰 건조기에서 꺼낸 빨래를 넣기만 하면 수납함에 정리까지 해준다. 파나소닉은 세븐 드리머스와 함께 1~2년 안에 ‘론드로이드’를 미국와 일본에서 출시할 계획이다. 붙박이 요리용 가스·전기 레인지(cooker)도 소개됐다. 테이블에 붙박이로 설치할 수 있는 제품으로 식재료를 접시에 담아서 이 레인지 위에 올려놓기만 하면 된다. 식재료에만 열을 가하기 때문에 냄비나 프라이팬이 필요 없는 게 특징이다. 카메라가 장착된 레인지 후드에서 네트워크로 연결된 조리 기구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온도를 조절해 여러 가지 음식을 동시에 만들 수 있게 한 것도 새로웠다. 이와 함께 다양한 센서가 내장된 알리안츠 어시스트 키트로 화재나 누수, 도난 등 집안의 사건 사고 상황을 보험사나 관공서에 바로 보낼 수 있는 솔루션도 선보였다.
가전 융합에서 에너지 분야로 진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SA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은 연평균 24.2% 성장하고 있다. 2020년에는 710억 달러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IHS의 전망은 더 긍정적이다. IHS는 글로벌 스마트 홈 시장이 매년 60%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철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국내 시장도 2015년 10조원 규모로 성장했고, 2019년에는 19조원 정도로 커질 전망”이라며 “융합 가전, 홈엔터테인먼트 중심으로 먼저 성장하고 보안과 에너지 관련 시장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정체로 고심하는 글로벌 가전제품 업체들이 사활을 걸 만한 시장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홈의 성장 과정이 스마트폰과는 사뭇 다를 것으로 예상한다. 스마트폰의 등장이 ‘혁명적 변화’에 가까웠다면 스마트홈은 ‘서서히 물들어가는’ 식의 점진적인 변화일 것이란 설명이다.
장원석 기자 jang.s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