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관계 맺는 기술도 성장기에 원가족 내에서 만들어지는 기능이다. 형제들과 주고받는 감정 요소는 나중에 친구 관계에 그대로 적용된다. 그런 점에서 외동으로 자란 사람은 친구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기 쉽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친구를 사귀기 위해 시간과 열정을 소모하거나, 경쟁하고 착취하는 사람까지 친구로 여기거나, 친구를 피해 혼자만의 세계에 칩거하거나. 사춘기에 친구는 심리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모를 떠나 자기만의 정체성을 만들어 갈 때 친구는 새로운 자기, 확장된 세계를 만드는 동일시 대상이다. 청년기가 되면 자기만의 애착 관계를 맺는 일에 열중한다. 그 시기에는 친구보다 연인에게 리비도를 집중시킨다. 결혼 후에는 자연스럽게 열정과 헌신을 가족에게 투자하게 된다. 청년기에도, 가장이 되어서도 ‘남자들의 우정과 의리’를 중시하는 문화는 결혼 제도를 위협하는 숨은 요소가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사실 남자의 우정이 가장 필요한 곳은 가정이다. 최초의 신경증적 몰입이 사라지고, 생리적 호르몬의 유혹도 유효하지 않은 시기가 오면 부부에게 필요한 심리 기능은 우정과 헌신이다. 실제로 중년기 남자들은 “집사람과는 이제 의리로 살지” “마누라와는 동지애로 맺어져 있지” 등의 문장을 말한다. 가끔은 그 문장을 어린 여자에게 “뻐꾸기 날리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아무리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고 해도 그 문장은 그가 가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에 충실하며, 아내와 안정적 애착 관계를 맺고 있다는 아름다운 반증이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