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가 22일 공개한 장기이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90명이 신장을 이식했고 이 중 배우자 공여가 312명이다. 간 이식은 942명이 했다. 자녀가 부모에게 기증한 사례가 619명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신장 이식 312명 중 아내가 남편에게 기증한 건 222명, 남편이 아내에게 준 경우가 90명이다. ‘아내→남편’이 일반적이다. 지난 21일 오전 서울아산병원에서 신장 이식 수술을 받은 송모(38)씨 부부도 마찬가지다.
4년 전까진 형제 신장 기증 많아
의술 발달해 혈액형 달라도 가능
"부부 장기 기증이 최고의 부부애"
신씨는 결심이 서자 남편의 손을 잡고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2012년까지 형제자매의 신장 기증이 더 많았다. 혈액형이 달라도 장기 이식이 가능해지면서 2013년 배우자가 형제자매를 추월했다. 김순일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소장은 “혈액형이 달라도 이식이 가능해지면서 남편이건 아내건 ‘내가 할게’라고 나선다”며 "남자가 사회활동을 하면서 신장이 망가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부부 신장 기증이 최고의 부부애다. 생명의 은인이 되면서 부부 사이가 굉장히 단단해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부모에게 간을 제공한 자녀 619명 중 아들이 457명, 딸이 162명이다. 장인환(24·서울 은평구)씨도 그중 한 명이다. 장씨는 19일 서울대병원에서 아버지(53·간암)에게 간을 제공했다. 아버지는 7월 말기 간암인 걸 처음 알았다. 이식 외에는 답이 없었다. 장씨는 주저하지 않고 기증을 결심했다.
“제가 싫은 내색을 조금이라도 했으면 어머니(55)가 말렸을지 모르죠. 간이 재생돼 원래대로 돌아오고, 수술 자체도 그리 어렵지 않다는데 고민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외과 교수는 “50~60대에 간에 문제가 생기는데 그때 배우자의 간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젊은 자녀가 기증하면 간 재생이 빨라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자녀의 간 기증이 최고의 효도다. 세상이 각박하다지만 아직 효가 살아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훈 서울아산병원 일반외과 교수는 “장기 기증한 사람이 탈 날 확률은 일반인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서경석 서울대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은 “간을 일부 떼내면 남은 간이 매우 빨리 자란다. 일주일 후 두 배가 되고 넉 달이면 정상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증자의 건강을 추적한 조사가 없다. 최근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이 연구를 시작했다. 신장을 이식받은 사람의 11년 생존율이 91%, 간은 73.8%다.
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