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미국 경제 매거진 포브스의 화웨이 집중 조명 기사 제목이다. 화웨이는 삼성전자를 떼어 놓고 설명할 수 없는 회사다. 화웨이를 ‘중국의 삼성전자’로 묘사한 언론도 여럿이다. 그도 그럴 것이 화웨이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모방해 성장하고 있다. 또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를 삼성전자로부터 많이 사는 큰 고객 중 하나다. 통신기술 표준특허를 놓고 소송을 진행 중인 점에선 삼성전자의 적군이기도 하다. 두 회사는 통신장비나 스마트폰 등의 사업 영역이 겹치고, 특히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화웨이는 “모방 전략을 펼친다”는 걸 숨기는 기업이 아니다. 런정페이(任正非·72) 회장은 “모방으로 성장하다 경쟁사의 위기를 기회로 낚아채라”고 공공연히 직원들에게 강조한다. 화웨이의 R&D센터엔 ‘삼성전자 전담연구팀’이 있는 걸로 알려져 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 출신의 인재를 적극 영입하는 걸로도 유명하다.
‘중국 삼성전자’의 무서운 질주
“경쟁사 모방하다 위기 땐 낚아채야”
완성품·부품산업 동시에 키우고
삼성처럼 소송 걸어 인지도 높여
조이 탄 화웨이 커뮤니케이션 담당 대표는 이런 복잡한 관계에 대해 “예전엔 제품 생산 업체와 부품 공급 업체가 선명히 나뉘었다면, 지금은 다양한 사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거대 모델(massive model)’로 산업 구조가 옮겨 가고 있다”며 “어제의 경쟁자가 오늘의 협력자가 되기도 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사업을 이끄는 리처드 유 화웨이 컨슈머비즈니스그룹 대표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3년 안에 애플을, 5년 안에 삼성전자를 넘어서겠다”고 단언했다. 허무맹랑한 장담은 아니다. 2011년만 해도 화웨이의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은 1680만 대로 삼성전자(9740만 대)의 17.2%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 2분기 출하량(3200만 대)은 삼성전자(7760만 대)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41.2%)이다. 애플(4040만 대)을 턱밑까지 쫓아왔다.
스마트폰 제조 기술만 놓고 보면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바짝 따라왔다고 IT 업계는 분석한다. 삼성·애플 외에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중앙처리장치(AP)를 자체적으로 만드는 회사는 화웨이뿐이다. 특히 무선통신 관련 기술은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앞선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화웨이가 “2020년 본격화될 5세대 이동통신의 규칙은 우리가 만든다”고 자신감을 내비치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부품 산업 경쟁력, 세계 유통망, 브랜드 가치 등 여러 면에서 삼성전자를 추월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거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창원 노무라증권 전무는 “중국 내수시장의 압도적 지지를 발판으로 출하량에서 삼성전자를 앞서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는 아직 격차가 크다”고 분석했다.
▶관련 기사 특허 5만개 기술제국…R&D 방해될라 상장 안한 런정페이
미국의 견제도 화웨이의 성장엔 걸림돌이다. 미국 하원은 화웨이의 성장 배경에 중국 정부와 군이 있다고 의심한다. 2012년 “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며 자국 통신사에 화웨이 장비를 구입하지 말라고 권유했다. 최근엔 미 상무부가 “북한에 불법으로 장비를 수출한 게 아니냐”며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미국 시장에서의 견제가 지속되면 화웨이의 성장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며 “화웨이가 미국의 견제를 피하기 위한 대책을 조만간 마련할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