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회관 앞에서 만난 이춘화(78)씨는 “또 지진이 오느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그는 “여진 공포에 비닐하우스에서 밤을 보내고 오전 6시쯤 나왔다. 마을에서 지대가 낮은 곳이 비닐하우스뿐인데, 또 지진이 나면 어쩌냐”고 말했다. 이씨 옆에 있던 서순화(67·여)씨는 “지난밤 여진이 더 발생할까 불안해 두통약을 먹어가며 밤을 보냈다”고 말을 보탰다. 앞서 12일 규모 5.8 지진의 진앙 마을인 부지리 주민들은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 피곤한 표정으로 유모차를 밀고 가던 한 80대 주민은 “큰 지진이 또 나면 어쩌나. 어쩌나” 하며 손을 부르르 떨었다.
규모 4.5 여진에 목욕탕 굴뚝 파손
기와 부서지고 콘크리트 담장 균열
경주지역 43개 초등교는 정상수업
울산에선 교육부가 학교 현장점검
이렇게 강한 여진이 훑고 갔지만 경주 지역 43개 초교는 이날 모두 정상 수업을 했다. 지난 12일 두 차례 강진으로 학교 곳곳에 균열이 가 있는 상태로다. 실제 지난 19일 둘러본 경주 지역 일부 초등학교 교실엔 커다란 균열이 있었고 한 학교 2층 화장실 천장이 내려앉은 모습도 확인됐다. 학생들이 밥을 먹는 H초교 급식소 외벽은 지진 충격으로 길이 1m 이상 균열이 나 있었다. 경주시 성건동에서 만난 최환호(47)씨는 “19일 강한 여진이 느껴져 집에 있는 게 불안해 차를 타고 가족들과 공원이나 공터를 돌아다녔다. 이제 그만 지진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울산도 지진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경주의 진앙과 10㎞가량 떨어진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의 피해가 컸다. 내와리 문현달 이장은 “12일 강진에 19일 여진까지 겪으면서 외와마을의 경우 180여 가구 중 상당수가 담장 균열, 천장 붕괴 등의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울주군에 따르면 19일 여진으로 두서면을 포함해 울주군 전체 지진 피해 접수 건수는 781건이다. 김영국 울주군 재난팀 계장은 “추산 피해액이 15억원”이라며 “경주와 바로 인접한 만큼 19일 국민안전처에 울산시를 통해 울주군만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따로 신청한 상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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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피해가 심한 울주군과 울산 북구 지역 10개 학교에서는 교육부 주관 민관합동점검이 열리기도 했다. 첫 점검 대상은 학부모들의 요청으로 19~20일 휴교한 M초교. 학교 2층 복도 벽면엔 천장부터 바닥까지 손가락 굵기의 균열이 있었다. 점검단은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은 문제가 없고 기둥 사이 쌓은 벽돌에 금이 간 것”이라며 “다만 시멘트 부스러기가 떨어지지 않게 안전조치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울산 지역 학교에 대한 안전점검은 21일까지 실시된다.
경주·울산=김윤호·최은경 기자 youkno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