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의 상장은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구조를 바꾸기 위해 신 회장이 내놓은 핵심 대책이었다. 현재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 지분의 99.3%를 일본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 등 일본 롯데가 갖고 있다. 상장 후에는 이 비중을 65%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때문에 신 회장은 지난 6월 상장 철회 직후에도 “연말 까지는 상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꼭 상장하겠다”고 거듭 밝힐 만큼 상장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일본 중심 롯데 지배 구조 개선’
신동빈 회장의 회사 개혁안 흔들
“잘못된 관행은 고쳐야” 목소리도
‘상장 무산’은 당장 신 회장이 한·일 경영권을 유지하는데도 위협이 되고 있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검찰이 신 회장을 소환하면서) 일본 주주가 동요할까봐 가장 걱정이 된다”고 했다. 재판 과정에서 유·무죄가 밝혀지고 형이 정해지면 그에 따라 대응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의 경우는 수사를 받고 기소되는 것만으로도 경영에서 물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고위 관계자는 “혹시라도 신 회장이 구속되면 일본 주주들이 사임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72) 사장을 비롯한 일본인 임원들이 일본 롯데를 이끌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호텔롯데를 상장해 지배 구조가 개선된 이후였다면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의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우려가 줄어 들었을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고,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난 적폐를 청산해서 상장 절차를 다시 밟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롯데그룹은 “신뢰받는 투명한 롯데가 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심정으로 변화하겠다”고 밝혔다.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