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가 현대백화점과 단독 비공개 협상을 통해 패션 부문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두 회사는 영업양수도 계약서를 작성 중이다. 매각 금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3000억원대로 알려졌다. 지난해 5652억원의 매출을 올린 SK네트웍스의 패션 부문은 매출 기준 국내 5위다. 오브제·오즈세컨·세컨플로어 등 자체 브랜드와 캘빈클라인·타미힐피거·DKNY·클럽모나코 등 수입 브랜드 등 12개 패션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2012년 한섬을 인수한 뒤 패션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현대백화점이 SK네트웍스 패션 부문을 인수할 경우 신세계 인터내셔널을 제치고 삼성물산(패션부문)·LF에 이어 패션 ‘빅3’에 오른다.
최신원 회장 ‘새 먹거리’ 찾기
매출 3년째 줄고 이익률 1%
면세점 사업도 잇달아 고배
SK네트웍스는 27일 본입찰을 앞둔 동양매직 인수전엔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17년 만에 SK네트웍스로 복귀한 최신원(64) 회장은 최근 동양매직 인수와 관련해 실무진에게 “무리해 살 필요 없다. 5500억원 이상이면 뛰어들지 말라”고 주문했다. 최 회장은 고 최종건 SK 창업주의 차남으로 최태원(56) SK 회장과는 사촌지간이다. 최 회장의 언급은 사실상 인수 포기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SK네트웍스는 차량 렌털에 이어 생활가전 렌털로 소비재 사업을 강화해왔다. 하지만 SK네트웍스와 CJ·현대백화점·AJ네트웍스 등 대기업이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동양매직 몸값이 최대 1조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분석되자 최 회장이 직접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이다.
김정균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SK네트웍스의 위기는 종합상사의 위기와 맞닿아 있다. 계열사 물량을 소화하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이 끝난 만큼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 개선부터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장한 인물이 최 회장이다. 최 회장은 일단 스피드메이트·SK렌터카 같은 자동차 생활(카 라이프) 분야를 강화하면서 꾸준히 M&A에 뛰어들 계획이다. 김태현 LIG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상사 부문에서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현재 경쟁력 있는 분야를 키운다는 측면에선 M&A를 통한 자동차 렌털 사업 강화가 적절한 선택이다”고 평가했다.
SK네트웍스
1953년 SK그룹 모태인 선경직물로 창업했다. 76년 회사 이름을 선경으로 바꾼 뒤 종합무역상사로 지정됐다. 80년 대한석유공사(유공) 주식 50%를 인수하며 석유사업에 뛰어들었다. 90년엔 ‘스마트’ 브랜드로 학생복 사업을 시작했다. 98년 회사 이름을 SK상사로 바꿨다. 2003년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뒤 2년간 (주)SK와 함께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소버린과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최신원 회장은 1999년 회사를 떠났다가 올 초 경영에 복귀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