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때 KTX 사망사고…코레일 작업 감독자 당시 현장에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2016.09.19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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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경부선 KTX 상행선 김천구미역 부근 철로에서 경주 지진으로 지연 운행 중이던 열차에 치여 근로자 2명이 숨진 사고는 당시 기본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바람에 지진 진앙인 경주에서는 부상자만 발생했는데 정작 진앙에서 139㎞ 떨어진 엉뚱한 곳에서 참사가 일어났다.

사고를 수사 중인 경북 김천경찰서는 18일 “사고 당시 현장에는 코레일의 작업 감독 책임자가 없었다”며 “이는 안전사고 예방 등을 위해 선로 작업 시 코레일 관계자가 인솔하도록 한 매뉴얼(내부 지침)을 어긴 것”이라고 밝혔다.

매뉴얼 어겨…작업 승인 놓고 진술 갈려

경찰 조사 결과 코레일 현장사무소는 이날 오후 10시30분쯤부터 약 20분간 코레일 협력업체 S사의 6개 작업반 반장 6명을 불러 작업 내용과 안전교육을 했다.

하지만 작업 승인 여부에 대해서는 코레일과 S사 측의 주장이 엇갈렸다. 현장사무소 관계자는 “작업반장 김모씨가 (사고 6~8분 전 현장사무소에 휴대전화를 걸어) ‘작업을 해도 되겠느냐’고 묻길래 ‘(40㎞ 떨어진) 칠곡군 지천역에서 열차가 올라오고 있으니 선로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반면 작업반장 김씨는 “사업소 측이 ‘들어가도 된다’고 해 선로에 진입했다”고 상반된 주장을 했다고 경찰이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통화 녹음 등 증거물이 없어 거짓말탐지기를 동원해 진실을 가린 뒤 과실 책임자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0시47분 김천시 모암동 KTX 상행선 김천구미역에서 서울 방향으로 7㎞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근로자 11명이 철로 보수 작업을 위해 이동하던 중 시속 150㎞로 달리던 KTX 열차에 4명이 치여 장모(50)씨와 송모(46)씨 등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대전·김천=김방현·홍권삼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