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에 데뷔한 전인지(22·하이트)는 항상 웃는 얼굴에 긍정적인 태도가 돋보이는 선수다. 그는 지난 7월 LPGA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컷 탈락하고도 올시즌 자신의 성적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 해 비회원으로 출전한 US여자오픈에서 깜짝 우승한 뒤 올 시즌 LPGA투어에 데뷔한 전인지는 첫 대회인 코츠 골프 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에 올라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그러나 US여자오픈까지 준우승 세 차례, 3위 두 차례를 했을 뿐 우승은 하지 못했다. 아쉬울 법도 했건만 전인지는 “더 이상 만족스러울 수 없다”는 예상 외의 답변을 했다. 전인지는 “대회에 나가면 우승을 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우승은 놓쳤지만 우승 경쟁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자신감을 얻었다. 나에게는 이보다 좋은 공부가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프랑스서 추석 선물 보낸 전인지
메이저 최소타 24년 만에 4타 줄여
150점 추가 신인왕 사실상 확정
전인지는 이미 3라운드까지 19언더파 194타를 기록하면서 지난 2004년 안니카 소렌스탐(46·스웨덴)이 LPGA 챔피언십에서 세운 메이저 54홀 최소타 기록(199타)을 5타나 줄였다. 최종일에는 폭우가 내린 탓에 그린 곳곳이 물에 잠겨 정상적인 경기 진행이 어려웠다. 예정 시간보다 2시간 여 빨리 출발했지만 18홀을 도는데 6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그러나 전인지는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전인지는 “일반 대회의 쉬운 코스보다는 메이저 대회처럼 어려운 코스에서 플레이할 때 더 짜릿함을 느낀다. 메이저 대회의 압박감을 즐기면서 경기도 재미있게 풀어나간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이번 우승으로 24년 묵은 LPGA투어 역사를 새로 썼다. 1992년 LPGA 챔피언십에서 벳시 킹(61·미국)이 기록한 메이저 72홀 최소타 기록(267타)을 4타 줄였다. 전인지는 또 도티 페퍼(1999 나비스코 챔피언십), 카렌 스터플스(2004 브리티시여자오픈), 크리스티 커(2010 LPGA 챔피언십), 쩡야니(2011년 LPGA 챔피언십) 등이 세웠던 메이저 대회 72홀 언더파 기록(19언더파)도 경신했다. 남녀를 통틀어 메이저 대회 72홀 최다 언더파 기록인 20언더파(제이슨 데이·2015 PGA 챔피언십)도 넘어섰다. 그는 또 신인왕 포인트 150점을 추가해 1073점을 기록, 2위 가비 로페즈(427점)와의 격차를 벌렸다.
평균 270야드가 넘는 장타를 앞세워 국내 투어를 평정한 박성현은 우승은 놓쳤지만 내년도 LPGA투어 카드를 자력으로 확보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LPGA투어 비회원 신분으로 39만3793달러(약 4억40000만원)를 벌어들인 박성현은 준우승 상금으로 30여만달러를 받았다. 비회원의 상금은 컷 통과가 있는 대회만 합산되며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이 끝난 뒤 공식 집계된다. 이번 대회 전까지 LPGA투어 상금랭킹 29위에 해당하는 상금을 번 박성현은 이번 대회에서 20위 안에만 들면 투어 카드 확보가 가능했다. 그러나 목표를 초과 달성하면서 상금랭킹 17위권으로 뛰어오르게 돼 내년부터 LPGA투어에서 뛸 수 있게 됐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