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시장은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독일-미국-중국 3국간의 ‘글로벌 씨앗 전쟁’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996년만 해도 600여 개에 달했던 글로벌 종자 회사들은 시장 재편을 거치며 6개 기업이 독식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독일의 바이엘과 바스프, 미국의 듀폰과 다우케미칼, 몬산토, 스위스의 신젠타는 세계 종자 시장의 63%를 장악했다. 거대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몸집 불리기에 들어갔다.
독일 바이엘, 74조에 몬산토 인수
화학 시장 막히자 새 돌파구 마련
바이엘은 지난 5월 먹고 먹히는 M&A 경쟁에 정점을 찍었다. 몬산토를 사겠다는 파격 제안을 한 것이었다. 몬산토는 종자 시장의 강자로 1901년 독학으로 화학을 공부한 존 프랜시스 퀴니가 미국 미주리주에 세웠다. 설립 초기엔 사카린과 같은 인공감미료를 만들었지만 유전자변형작물(GMO) 개발에 뛰어들면서 미국에서만 6300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브라질의 농업 스타트업 투자까지 나설 정도로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단번에 세계 씨앗시장 주도권을 갖고 싶은 바이엘로선 군침 도는 매물인 셈이다. 바이엘이 처음으로 제시한 인수가액은 주당 122달러. 몬산토 주주들은 130달러는 받아야 한다며 버티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화학업체인 바스프가 이 틈을 파고들었다. 바스프는 “농업부문을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바이엘은 인수가액을 종전 대비 5% 이상 올린 주당 128달러를 불렀다. 두 회사가 M&A에 합의하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농업 공룡회사가 탄생했지만 시장 재편을 바라보는 농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블룸버그는 이번 M&A로 바이엘-몬산토, 다우-듀폰 두 거대 공룡이 미국 옥수수 종자 시장의 75%, 콩 시장의 65%를 쥐락펴락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바이엘로선 성공한 M&A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인수를 마무리 짓기 위해선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승인이 필요하다. 일각에선 바이엘이 일부 소규모 사업부를 매각해 정부 규제를 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거액의 인수대금도 부담이다. 바이엘은 5개 은행이 쥐고 있는 570억 달러(약 64조원)에 달하는 몬산토의 빚을 떠안고 나머지 대금을 ‘현금’으로 내겠다는 조건으로 몬산토를 샀다.
FT는 지난 5월 바이엘의 몬산토 인수 소식에 주가가 8%나 하락한 것을 들며 “제약사업과 헬스케어 부문에 관심을 갖고 있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바이엘이 농업으로 발을 뻗치면서 회의론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