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대통령’ 허재(51)의 장남 허웅(23·동부)의 말이다.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차남 허훈(21·연세대)도 고개를 끄덕였다.
허재, 두 아들과 아시아챌린지 출전
SNS에 “아버지 덕에 특혜” 비난글
허웅 “아버지 이름 먹칠 않게 노력”
허훈 “난 한번도 부담 느낀 적 없어”
어머니 이미수(50)씨는 “지인들이 내게 ‘남편과 아들 둘이 모두 국가대표에 뽑히다니 전생에 나라를 구했느냐’며 부러워한다. 하지만 악성댓글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두 아들이 견디고, 이겨내야 한다. 수퍼스타 아들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한국 농구 역사상 최고 선수로 꼽힌다. 중앙대 시절 한 경기에 75점을 넣었고, 국가대표 소속으로 1990년 세계선수권 이집트전에서 62점을 기록했다.
허훈과 허웅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프로농구 3년차 허웅은 지난 시즌 기량발전상을 수상했다. 연세대 3학년 허훈은 지난 3월 MBC배 전국대학농구 우승을 이끌었다.
허 감독은 “왼손잡이인 나와 달리 두 아들은 모두 오른손잡이다. 웅이는 나와 슛 자세가 비슷하다. 훈이는 배짱 두둑한 플레이가 닮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둘 다 아직 한참 멀었다. 복싱선수 매니 파퀴아오(38·필리핀)처럼 상대가 허점을 보이면 죽기살기로 치고 들어가는 근성이 있어야한다”고 덧붙였다.
어머니 이씨는 “웅이는 진중하다. 반면 훈이는 하루종일 떠드는 행복한 아이”라고 전했다. 기자가 “허재의 아들로 농구를 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하자 두 아들은 상반된 답을 내놓았다. 장남 허웅은 “아버지의 반만 따라가도 성공이란 말을 많이 들었다. 아버지 이름에 먹칠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김영만 동부 감독이 한 밤에 숙소에서 공 소리가 나서 가보니 웅이가 방안에서 드리블 훈련을 하고 있었다더라”고 말했다. 반면 허훈은 “난 한 번도 부담을 느낀 적이 없다. 가끔 악성 댓글을 보면 ‘멋진 아버지를 둔 게 부러워 그런가보다’라며 쿨하게 넘긴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회사에서 사원이 부장 역할을 할 수 없듯 웅이나 훈이가 당장 양동근처럼 잘할 수 없다. 이제 경험을 쌓는 단계”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축구전설’ 요한 크루이프의 아들 요르디(42)는 선수 시절 내내 아버지의 그늘에 가려 ‘크루이프의 아들’ 로 살 수 밖에 없었다. 반면 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판 커리(27)는 3점슈터인 아버지 델 커리(52)를 넘어섰다. 허훈은 “나는 아직 대학 최고의 선수도 되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커리처럼 아버지를 넘어 이 시대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글=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