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를 가 보면 손님이 없어서 항상 텅텅 비어있었는데 포털 사이트엔 추천 유명 맛집이라고 뜨더라고요. 불과 6개월 만에 손님을 전부 빼앗겼어요.”
박씨가 수상한 낌새를 느낀 건 지난 5월 딸로부터 “A간장게장집이 포털 맛집순위를 조작한 것 같다”는 말을 들은 뒤부터다. 포털 사이트에 A간장게장집의 이름을 검색해보니 새로 문을 연 지 3개월도 되지 않은 식당이 ‘추천 맛집’에 등록돼 있었던 것이다. 박씨는 “식당이라는게 입소문이 중요한데, 손님이 절반도 차지 않는 집이 ‘추천맛집’이라고 돼 있으니 너무 황당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아오던 손님 대부분을 빼앗기고 나니 가게 임대료조차 내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포털 사이트에 노출되는 ‘추천 맛집’은 블로그 방문자수를 기준으로 순위가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검색을 해 본 식당일수록 실제 방문하는 손님 또한 많기 때문이다. 최근엔 포털 측의 이같은 추천순위 정책을 악용한 ‘유령 맛집’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순위 조작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마케팅 대행업체에 의뢰해 블로그 방문자수를 인위적으로 늘린 뒤 추천 맛집인 것처럼 속이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일반 식당이 포털 사이트의 추천 식당으로 둔갑하는데는 채 1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자동접속프로그램이 깔린 PC 150여대를 활용해 1시간에 2~3차례씩 특정 블로그에 반복 접속해 허위 클릭을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최씨 등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블로그 100여곳의 순위를 조작해 22억원을 받아 챙겼다. 순위 조작을 의뢰한 가게들은 관광지에 위치한 식당, 개인병원 등 ‘온라인 입소문’이 중요한 업종이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포털 순위조작은 검색 결과를 믿고 맛집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범죄”라며 “포털 검색결과 중 상위에 노출되는 병원과 식당들 중 상당수는 마케팅업체가 작성한 후기이거나 조작된 추천 순위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맛집 순위를 조작하는 데는 경쟁 업체의 블로그가 포털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작하는 ‘유사 문서 공격’도 활용됐다. 유사문서란 저작권 동의 없이 불법 복제된 블로그 게시글을 의미한다. 온라인 마케터 박씨 등은 유사문서로 지정될 경우 포털 검색 결과에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을 활용해 홍보 의뢰가 들어온 식당과 경쟁 관계에 있는 식당의 블로그 후기를 불법 복사·유포해 왔다. 경찰은 포털 검색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이같은 순위조작과 유사문서 공격을 악성 범죄로 간주하고 단속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