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소나무 재선충에 ‘전쟁 선포’

중앙일보

입력 2016.09.09 00:59

수정 2016.09.09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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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가 소나무 재선충과 ‘전쟁’을 선포했다.

경북도는 지난 6일 도청에서 긴급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지역협의회를 열었다. 회의에는 위원장인 김장주 행정부지사를 비롯해 학계와 전문가로 구성된 19명의 위원과 시·군 산림부서장, 산림조합장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재선충병은 솔수염하늘소의 몸에 기생하는 재선충 감염으로 소나무가 말라죽는 병이다.
이 자리에선 아직까지 재선충이 발생하지 않은 백두대간과 금강송 군락지를 우선해 지키자는 전략이 논의됐다. 방제 예산과 인력이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전문가 등 모아 방제협의회 구성
백두대간·군락지 방어 전략 논의

 
경북지역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 38만 그루를 베냈다. 이 가운데 포항지역의 피해 나무가 절반 가까운 15만9812그루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경주·안동이 많았고 구미가 네 번째였다. 이들 네 지역이 전체의 95%를 차지했다. 지난해 방제 예산으로 243억원을 썼다. 올해는 290억원 정도를 투입할 예정이다.

특히 올 여름 폭염이 길었던 탓에 재선충의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우화가 빨라지는 등 재선충 확산이 예상된다. 다음은 이날 협의회에 참여한 ‘소나무지킴이 시민연대’ 조용기(60·사진)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조 이사장은 일본 교토대학에서 임학 박사학위를 받고 경주대 교수와 경북도 산림비즈니스과장을 지낸 재선충 전문가다.
경북도가 소나무 재선충과 전쟁까지 선포한 배경은.
“재선충이 심각한 안동은 백두대간을 목전에 둔 곳이다. 영덕군 창수면도 발생한 지 몇 년이 됐다. 그 북쪽은 금강송과 연결된다. 재선충이 백두대간이나 금강송에 근접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전쟁의 핵심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현행법상 감염목은 100% 방제해야 하지만 모든 소나무를 지키려다 정작 꼭 지켜야 할 소나무를 놓칠 수 있다. 백두대간이나 금강송, 송이가 나는 산, 불국사 등 경주지역 문화재 주변 아름드리 소나무 등을 일반 야산에 앞서 집중 방제해야 한다.”
 
해마다 방제하는 데도 재선충이 자꾸 확산하는 이유는.
“잠재 감염목을 내버려 두고 보이는 고사목만 방제하기 때문이다. 이게 가장 큰 원인이다. 재선충병은 솔잎이 시들기 전에 전조 증상이 있다. 소나무 송진이 마르는 것이다. 재선충 등으로 소나무 속 물관이 깨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송진이 마른 소나무도 베내야 하는데 지금은 제외한다. 산림청 지침에 그 부분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소나무지킴이 시민연대는 어떤 활동을 하나.
“올 초에 지역에서 만들어져 회원이 20명 정도다. 재선충 방제에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대구한의대 산림조경학과 학생예찰단 등을 결성했다. 잠재 감염목 포함 등 방제와 관련해 산림청의 불합리한 지침을 개정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