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제법 요란하게 시작한다. 무어는 국방부의 은밀한 부름을 받고 합참본부를 찾았다고 허풍을 떤다. 자신이 직접 여러 나라에 쳐들어가 필요한 걸 빼앗아 오겠다고 호언장담한다. 물론 이건 팩트가 아니라 편집의 대가 마이클 무어의 농담이다. 성조기를 든 남자, 무어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된다.
장편 다큐 ‘다음 침공은 어디?’ 개봉
사실 이 영화에서 소개하는 복지란 그리 새로운 게 아니다. 무어가 전작들에서 말했던 내용을 집대성한 것에 가깝다. 다만 스타일은 훨씬 더 부드러워졌다. 인터뷰 분위기는 대체로 훈훈하고, 무어는 청자의 겸허한 자세를 취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 영화를 “분노를 가라앉힌 어느 이상주의자의 작업”이라고 평했다. 그는 이제 특정 대상이나 시스템을 고발하며 ‘너’의 탓을 하기보단 세상을 바꾸기 위해 투쟁하지 않았던 ‘우리’에게 문제가 있다고 말하며 함께 그 힘을 되찾자고 말한다.
편파적인 정보, 대안 없이 은근슬쩍 치고 빠지는 무책임함. 마이클 무어 하면 늘 따라붙는 비판들이다. 이번 다큐 역시 단순 비교를 통해 미국을 디스토피아로, 미국 아닌 나라는 유토피아로 묘사했다는 한계가 있다. 유럽이 겪고 있는 실업이나 이민 정책, 민족주의의 부상 같은 현실은 생략돼 있다.
뉴욕 타임스는 “영화는 반 정도만 진지하고, 전반적으로 과장돼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그의 영화엔 관객들을 꿈틀거리게 하고,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끼게 할 만한 충분한 진실이 있다”고 평했다. 이 영화는 무어의 엔터테이너 기질이 건재함을 증명한다. 그의 영화는 여전히 재미있고, 관객들의 생각을 자극하는 무언가를 담고 있다.
신민경 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