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성큼 왔다. 선선해진 날씨에 맞는 옷·가방·신발을 준비할 때다.
통바지, 잔주름 치마·블라우스
다양한 꽃무늬, 우아한 슬릿 패턴
단순한 디자인, 화려한 색상
복고풍에서 빼놓을 수 없는 디자인은 ‘플리츠’다. 아코디언처럼 잘고 촘촘하게 기계로 눌러 만든 주름으로, 섬세하면서도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풍겨 올가을 길거리 패션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명품 브랜드 구찌는 핑크와 실버 줄무늬가 들어간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기장의 플리츠 치마를 선보였다. 국내 여성복 브랜드 지컷은 하늘거리는 소재에 플리츠 주름과 소매 부분에 러플 장식을 달아 여성미를 강조한 블라우스를 내놨다.
채도 낮은 원색 여성복 속속 선봬
미국의 색채 전문 기업 팬톤이 올가을·겨울 시즌에 유행할 컬러로 발표한 색상은 열 가지나 된다. 봄·여름에 흔히 볼 수 있는 컬러보다 훨씬 화려하고 다양하다. 농익은 가을이 연상되는 오렌지빛이 감도는 채도가 낮은 빨강·주황부터 어두운 베이지와 녹색, 화려한 보라색, 광택감 있는 겨자색과 회색까지 포함됐다. 가을을 대표하는 색으로 꼽히는 검정·갈색 등과 함께 어우러져 독특한 대비를 이룬다.
패션업체가 내놓은 가을 컬렉션에서도 팬톤 컬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명품 브랜드 셀린느는 겨자색과 베이지, 카키 등 비슷한 계열의 색이 조화를 이루도록 트렌치 코트, 니트, 드레스를 조합한 가을 컬렉션을 제안했다. 스웨덴 브랜드 아크네스튜디오는 강렬한 붉은색 미니 원피스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올봄 유행했던 플라워 패턴이 계절을 잊은 듯 가을에도 화려하게 꽃을 피운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돌체앤가바나는 튤립을 연상케 하는 큼지막한 흰색 꽃무늬가 들어간 검정 롱 원피스를 내놨다. 어깨선과 옷깃 부분을 둥글게 처리해 복고 분위기를 강조했다. 미국 디자이너 브랜드 마이클코어스는 광택이 도는 골드브라운 컬러의 잔잔한 플라워 패턴 재킷과 치마를 선보였다. 재킷에 둥근 옷깃과 큼직한 단추를 달아 복고풍 감성을 살렸다.
치마 밑단과 재킷 소매, 바지 옆선 등에 들어간 ‘슬릿(여러 갈래로 잘라 나풀거리게 하는 패턴)’도 유행 예감이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슬릿 패턴이 하늘거려 우아하고 고혹적인 분위기를 낸다.
자연스러운 멋 ‘놈코어’ 선호 지속
가방은 미니백이 유행하면서 색상이나 장식이 과감해지는 추세다. 놈코어와는 반대 개념인 ‘글램코어(GlamCore·화려하고 과감한 스타일)’가 가방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형지에스콰이아는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까스텔바쟉의 일러스트에 화려한 컬러를 입힌 가방 브랜드 ‘장 샤를 드 까스텔바쟉’을 지난달 론칭했다. 홍승완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화려하고 예술적인 글램코어 트렌드는 일반인이 옷차림으로 표현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럽지만 포인트 역할을 하는 가방에서 두드러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에 신발의 경우 편안한 스타일의 통굽 구두나 슬립온이 유행이다. 검정 같은 어두운 색과 스웨이드 소재가 주를 이룬다. 디자이너 슈즈 브랜드 슈콤마보니는 올가을 굽이 두꺼운 앵클부츠와 굽 높이가 4~6㎝로 발이 편한 미들힐 등을 선보인다.
글=한진 기자 jinnylamp@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장석준, 모델=김효경, 헤어·메이크업=A.H.C 강남점 시아라·김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