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70개 크기…하남에 ‘큰 놈’ 떴다

중앙일보

입력 2016.09.06 00:01

수정 2016.09.06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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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문을 여는 경기도 하남시 신장동의 ‘스타필드 하남’이 5일부터 예비 개장(프리 오픈)했다. 스타필드 하남은 국내 최대 규모의 쇼핑 테마파크로 신세계가 미국 터브먼과 합작해 1조원을 투자했다. [사진 신세계]

대형 쇼핑 테마파크로 승부를 건 정용진(48)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실험은 오프라인 쇼핑몰의 성공모델이 될 수 있을까. 경기도 하남시 신장동에 들어선 ‘스타필드 하남’은 9일 정식 개장을 앞둔 국내 최대 규모의 쇼핑 테마파크다. 지하 3층~지상 4층까지 연면적(46만㎡)은 축구장 70개 크기와 맞먹는다. 5일 프리오픈 때 가보니 대충 둘러보는 데도 두 시간이 모자랐다.

덩치를 키운 데는 이유가 있다. 핵심은 ‘체험’이다. 먹고 놀고 즐길 수 있는 시설로 꾹꾹 채웠다. “유통업의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라고 선언했던 정 부회장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국내 최장(115m)인 인피니티풀. [사진 신세계]

‘스포츠 몬스터’에는 실내 암벽등반을 비롯해 4m 위에서 뛰는 점핑 트램펄린 등 익스트림 스포츠 시설이 마련돼 있다.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하고 롤러코스터 체험을 한 신은경(19)양은 “고개를 돌리면 절벽이 보이고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아 소리를 지를 정도로 생생하다”고 말했다. 한강을 바라보며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인피니티풀도 눈에 띄었다. 낮에는 물놀이를 하고 저녁에는 수중 음향 장치가 설치돼 영화나 공연을 즐길 수 있다. 김관 아쿠아운영팀장은 “호텔 수영장과 워터파크를 합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성수기에는 1인당 4만5000원, 비성수기에는 3만8000원이다.

쇼핑 테마파크인 스타필드 하남의 PK마켓. 시장처럼 꾸민 인테리어에 다양한 식재료와 글로벌 먹거리를 선보인다. [사진 신세계]

먹거리도 풍부하다. ‘LIVE TO EAT(먹기 위해 산다)’라는 간판을 내건 PK마켓에서는 글로벌 야시장 먹거리는 물론 수산·정육 식품을 살 수 있다. 구입 후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현장에서 셰프가 요리해 주는 음식도 먹을 수 있다. 200m 길이 야외 테라스의 ‘고메 스트리트’에는 광화문 미진, 의정부 평양면옥 등 소문난 맛집을 유치했다.

신세계 쇼핑 테마파크 ‘스타필드 하남’ 가보니
쇼핑은 기본, 야구·암벽등반 등 체험형 시설 두루 갖춰
“10년 준비 먹고 놀고 즐기는 공간…고객 하루 책임질 것”
‘위기 때 더 크게’ 정용진의 역발상…위험도 그만큼 커

113년 역사의 모터사이클 업체 할리데이비슨도 국내 쇼핑몰에 첫 매장을 열었다. 또 이탈리아 명품 가죽 가방 브랜드 더브릿지, 커피 한 잔을 구입하면 개발도상국 빈민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탐스로스팅 원포원도 국내 최초로 입점했다.

정 부회장이 이런 쇼핑 테마파크를 구상한 건 10년 전쯤이다. 미국·유럽 등의 유명 쇼핑몰을 둘러보며 소비자가 일부러 찾아올 만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후 신세계는 2011년 경기도 하남시와 투자사업협약서를 체결한 후 2012년 미국 터브먼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1조원을 투자했다.

대대적인 투자 배경에는 정체기에 빠진 오프라인 시장이 있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마트의 가장 큰 우려는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오프라인 할인점의 성장성 저하”라며 “온라인과의 경쟁 심화로 이익이 급감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 2분기 이마트의 매출(2조6269억원)은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1.3% 느는 데 그쳤고 영업이익(679억원)은 30.4% 줄었다.


이에 정 부회장은 오프라인 매장을 더 크게 키우는 역발상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그만큼 시장에서는 신세계의 운명이 스타필드 하남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본다.
스타필드 하남의 1년차 목표 매출은 8200억원이다. 3~4년 내에 5조원 누적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부사장은 “쇼핑·여가·레저 등 고객의 하루를 책임지는 쇼핑 여행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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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의 시선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교통 정체와 주차난에도 하남까지 찾아갈 콘텐트가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고객들이 개장 효과를 뛰어넘어 얼마나 지속적으로 올지가 관건인 셈이다.

최근 신세계가 TV광고 등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면서 높은 마케팅 비용에 따른 이익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영록 부사장은 “초반에는 마케팅비가 많이 집행되지만 점차 줄 것”이라며 “ 상품권 지급 같은 프로모션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남=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