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이날 미사일 발사가 눈길을 끄는 건 발사 시간이다. 북한은 올들어 오전 5시에서 8시사이 동트는 시점에 맞춰 미사일을 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전날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을 고속도로 상의 터널로 이동시킨 뒤 동트는 시점에 맞춰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한·미 정보당국의 감시망을 피하고, 언제든지 미사일을 쏠 수 있다는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은 오후 12시 14분이 발사시간이었다. 한국시간으로 10시 13분 한ㆍ중 정상회담이 끝난지 두시간여 만이다. 결국 한·중 정상회담 직후 미사일 버튼을 누른 셈이 된다.
북한 황해북도에서 노동미사일 3발 발사
1000㎞ 날아 내륙 횡단 동해상에 떨어져
특히 북한이 이날 미사일을 쏜 거리를 고려하면 국제사회를 향한 도발이라는 지적도 있다. 북한은 지난 7월 19일 황주에서 노동미사일을 쐈을땐 고도 500㎞에 640㎞를 날렸다. 당시 북한은 부산과 김포 등 유사시 미군이 증원기지로 이용할 곳을 목표로 했다고 공개했었다.
북한이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로, 하나의 미사일로도 다양한 사거리 조정을 하며 타격 목표를 정한다는 의미다. 한·미 정보당국은 이날 북한이 쏜 노동 미사일이 내륙을 관통해 동해안쪽으로 1000여㎞ 가량 비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미사일의 최대사거리(1300여㎞)보다 훨씬 덜 날아간 셈이다.
그러나 미사일 궤적의 방향을 오른쪽으로 120도 가량 돌리면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중국 항저우(杭州)에 닿는 거리다. 황주에서 항주로 쏜 셈이다. 최종건 연세대(정치외교학) 교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단순한 성능 개량을 넘어 메시지 전달 및 시위라는 측면도 있다”며 “G20의 정상들에게 자신들을 봐달라는 날좀 보소식 무력시위의 일환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군 관계자도 “오늘(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또 다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도발행위로 G20 정상회의와 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9월 9일)을 계기로 자신들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지속시키기 위한 무력시위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군사적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추가 발사에 대비하고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