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대사의 주차장 파티

중앙일보

입력 2016.09.0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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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삼성-두산전이 열린 3일 서울 잠실야구장 주차장. 야구장에 들어가려던 팬들은 주차장 한 켠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음식이 잔뜩 차려진 테이블 앞에서 야구광(狂)으로 소문난 마크 리퍼트(43) 대사가 맥주를 마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퍼트 대사는 이날 오후 5시 야구 경기가 열리기 전 '테일게이트 파티(Tailgate Party)'를 열었다. 테일게이트 파티란 미식축구를 비롯한 스포츠 경기를 앞두고 경기장 주변에서 자동차 뒷문을 열어놓은 뒤 고기를 굽고, 가져온 음식과 맥주를 즐기는 미국식 파티다.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 그리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신청한 이들 중 당첨된 사람들이 이날 파티에 초대됐다. 사복 경호원들도 있었지만 분위기는 시종일관 밝고 유쾌했다. 대사는 "사진을 함께 찍자"는 야구팬들의 요청도 흔쾌히 받아들이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리퍼트 대사는 "지난 7월에 이어 두번째다. 잠실구장 주차장에 널찍한 공터가 있어 '저기서 테일게이트 파티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날 테이블엔 햄버거와 감자칩·음료 등 간단한 다과가 준비됐다. 리퍼트 대사가 좋아하는 '치맥'도 빠지지 않았다. 그는 "안전 문제 때문에 바비큐 그릴은 설치할 수 없었다. 삼성 팬인 아들 세준(1)도 오지 못했다. 그래도 맥주가 있으니 괜찮은 파티가 아니냐"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수원에서 열린 kt-NC전도 직접 관전했다는 그는 "수원구장의 명물인 진미통닭과 보영만두도 먹었다. 한국 야구장은 정말 매력적인 곳"이라고 덧붙였다.
리퍼트 대사가 한국 야구를 좋아하게 된 건 우리나라 특유의 응원 문화에 흠뻑 빠졌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는 나미의 '영원한 친구'를 개사한 두산 내야수 오재원의 응원가를 한국어로 부르기도 했다. 그는 "지난 7월 두산 경기에 앞서 시구를 하러 잠실야구장을 찾았다가 오재원 선수를 만났다. '오, 재원이 안타'라고 응원가를 불러줬더니 정말 좋아했다"며 당시 동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두산 팬인 그는 "아버지가 다른 팀을 응원한다"고 말한 게스트에게는 "안타깝다"고 말하고, 캐나다 토론토를 연고지로 하는 블루제이스 유니폼을 입은 초청객에게는 "나쁜 캐나다 팀 옷이네요"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에 대한 관심도 여전했다. 리퍼트 대사는 "박병호(미네소타)가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것을 알고 있다. 안타깝지만 적응기간이 좀 지난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두산 출신 김현수에 대해서는 "볼티모어에서 잘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다른 리그에서 정착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지난 달 막을 내린 리우 올림픽도 틈틈이 봤다고 한다. 리퍼트 대사는 "(진종오가 출전한)사격 경기가 인상적이었다. 당시 제주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는데 TV로 생중계를 봤다. 북한 선수(김성국)와 경쟁을 해 더욱 흥미로웠다. 초반 열세를 딛고 진종오 선수가 우승해 아주 드라마틱했다"고 했다. 미해군 특수부대인 실(SEAL) 정보장교 출신인 그의 사격 솜씨가 문득 궁금해졌다. 그는 "사격은 나도 자신있다. 군에서 사격을 지도한 적도 있다"며 웃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