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의 조사 끝에 유럽연합(EU)이 애플에 13억 유로(약 16조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매기면서다. 이를 계기로 다국적 기업과 국가 간 갈등이 세금을 넘어 경쟁정책과 프라이버시 문제 등으로 전면화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구글·페이스북 법 위반 여부 따져
아마존·맥도날드 세금 특혜도 조사
“유럽기업 제재 미국에 보복 성격”
애플에 이어 다른 미국의 다국적 기업에도 세금 이슈가 불거지고 있다. 룩셈부르크에 유럽 본사를 둔 맥도날드와 아마존이 타깃이 됐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12월부터 EU 조사를 받고 있다. 룩셈부르크에 세운 법인 ‘맥도날드 유럽 프랜차이징’은 유럽과 러시아 전 매장에서 로열티를 받지만 2009년 이후 어떤 나라에도 로열티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았다. EU는 “이렇게 과세되지 않은 맥도날드 유럽 프랜차이징의 순이익이 2013년 한 해에만 2억5000만 유로(약 3100억원)”라고 지난달 밝혔다.
아마존도 2014년부터 EU 조사를 받고 있다. 아마존 역시 유럽에서 거둔 이익을 룩셈부르크 법인 ‘아마존EU’로 이전하고 조세당국과 합의해 로열티 과세를 면제받았다. EU는 구글이 지난 1월 영국 국세청과 합의한 세금납부 건도 들여다보고 있다. 구글이 2005년부터 밀린 세금 1억3000만 파운드(약 2000억원)를 추가로 내겠다고 했지만 과도한 감면이 이뤄졌다는 판단에서다.
EU의 이번 세금폭탄을 유럽 기업들을 제재한 미국에 대한 ‘보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게리 후프바우어 선임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디젤 스캔들’의 독일 폴크스바겐(벌금 150억 달러)과 프랑스 BNP파리바(89억 달러) 등에 미국이 가한 제재를 언급하며 “미국과 EU가 상대방 기업에 벌금을 매겨 앙갚음하는 방식의 위험한 관계에 갇혀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EU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합법적인 절세는 유럽에 만연한 일”이라며 애플에 ‘세금 폭탄’을 매긴 것이 글로벌 세제 시스템의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