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브라질 상원이 탄핵을 진행하기 위해 연 회의에서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일흔 살 가까이 됐고 엄마와 할머니가 됐지만 평생 나를 이끈 신념을 버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화 투사다. 1960~80년대 군사독재에 맞서 반정부 무장투쟁을 한 게릴라였다. 68~69년 독재에 맞선 무장 조직 국가해방사령부 활동에 참여하다가 70년 군사정권에 붙잡혔다. 당시 22일간 각종 체벌과 전기 고문을 당하고 투옥됐다가 72년 석방됐다. 석방 이후 대학에 입학했으며 경제통화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탄핵된 첫 여성 대통령 호세프
2001년 노동자당(PT)에 입당하면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그를 도와 2002년 브라질 대선에서 사상 최초 좌파 정부의 탄생을 이끌었다. 이 공로로 2003년 1월 룰라 정부가 출범할 당시 에너지장관에 임명됐다. 2005년 6월엔 국무총리에 해당하는 수석장관에 기용됐다. 브라질 정치 사상 이 자리에 오른 첫 여성이었다. 이후 5년 동안 자리를 지키며 브라질 정부의 주요 개발 프로젝트를 도맡아 처리하면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 룰라의 후계자로 주목받은 것도 이때다.
하지만 높은 실업률과 경기 침체에다 정치권의 부패 스캔들이 터지면서 여론이 악화됐다. 여기에 호세프 정부가 정부재정회계법을 위반한 혐의가 겹치면서 올 4월 하원은 탄핵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 5월 12일엔 상원이 탄핵 절차를 개시하면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