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땐 독재와 싸우던 게릴라…룰라가 후계자로 지목

중앙일보

입력 2016.09.01 01:53

수정 2016.09.0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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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 게릴라 활동 중 체포돼 군사법정에 선 23세의 호세프. [중앙포토]

“나는 독재에 맞서 싸웠다. 내 몸엔 당시 고문의 흔적이 남아 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브라질 상원이 탄핵을 진행하기 위해 연 회의에서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일흔 살 가까이 됐고 엄마와 할머니가 됐지만 평생 나를 이끈 신념을 버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화 투사다. 1960~80년대 군사독재에 맞서 반정부 무장투쟁을 한 게릴라였다. 68~69년 독재에 맞선 무장 조직 국가해방사령부 활동에 참여하다가 70년 군사정권에 붙잡혔다. 당시 22일간 각종 체벌과 전기 고문을 당하고 투옥됐다가 72년 석방됐다. 석방 이후 대학에 입학했으며 경제통화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탄핵된 첫 여성 대통령 호세프

정계에 입문한 건 80년 브라질 남부 포르투알레그리에서 민주노동당(PDT) 창당에 참여하면서다. 93~94년, 98~2002년 주정부 에너지장관을 지내며 행정 경험을 쌓았다.

2001년 노동자당(PT)에 입당하면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그를 도와 2002년 브라질 대선에서 사상 최초 좌파 정부의 탄생을 이끌었다. 이 공로로 2003년 1월 룰라 정부가 출범할 당시 에너지장관에 임명됐다. 2005년 6월엔 국무총리에 해당하는 수석장관에 기용됐다. 브라질 정치 사상 이 자리에 오른 첫 여성이었다. 이후 5년 동안 자리를 지키며 브라질 정부의 주요 개발 프로젝트를 도맡아 처리하면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 룰라의 후계자로 주목받은 것도 이때다.

2014년 대통령에 재선된 호세프(왼쪽)의 손을 들어 보이는 룰라 전 대통령. [AP]

정치 생명에 위기도 있었다. 2009년 암의 일종인 림프종 진단을 받으며 대권에 도전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초기암으로 밝혀져 4개월간의 치료 끝에 완치됐다. 같은 해 룰라는 호세프를 차기 대선후보로 지명했다. 당시 80%에 이르렀던 룰라의 지지에 힘입어 그는 2011년 대선에서 56%를 득표하며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됐다. 2014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높은 실업률과 경기 침체에다 정치권의 부패 스캔들이 터지면서 여론이 악화됐다. 여기에 호세프 정부가 정부재정회계법을 위반한 혐의가 겹치면서 올 4월 하원은 탄핵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 5월 12일엔 상원이 탄핵 절차를 개시하면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