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라면시장의 돌풍 주역은 라면에선 비교적 약체였던 풀무원식품이다. 풀무원이 지난 2월 출시한 ‘자연은 맛있다 육개장칼국수’는 출시 이후 6개월만인 지난달 2000만개 판매를 돌파했다. 국내 성인 인구(4121만명) 두 명 중 한 명은 맛본 셈이다. 지난해 말 업체들이 짬뽕라면을 잇따라 내놓는 사이 풀무원은 육개장으로 차별화를 두면서 얼큰한 맛 대결인 찌개 전쟁의 막을 열었다.
라면 약체 풀무원 ‘육개장 칼국수’
출시 6개월 만에 2000만개 판매
농심 ‘부대찌개’ 한달 새 50억 매출
오뚜기는 사골국물 맛 제품 내놔
이번달 들어 농심은 2011년 국내 판매가 중단된 ‘보글보글 찌개면’을 업그레이드한 ‘보글보글 부대찌개면’을 출시했다. 다른 제품보다 2배 이상 늘린 5.6g의 건더기 스프를 넣었다. 원물을 그대로 가공한 소시지와 어묵, 김치, 파, 고추 등을 담았다. 출시된 지 4주 만에 매출이 50억원에 달해 라면 매출 순위 10위권에 드는 성적표를 받았다.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에다가 국물 라면의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높은 성장세다.
프리미엄 라면 전쟁의 시작은 지난해 4월 짜장 라면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심이 ‘짜장라면이 아닌 짜장면을 만들겠다’며 ‘짜왕’을 시장에 내놓았다. 시장에서 돌풍에 가까운 인기를 끌자 오뚜기 ‘진짜장’부터 팔도 ‘팔도짜장면’, 삼양 ‘갓짜장’ 등 비슷한 상품들이 잇따라 출시됐다.
하지만 6개월 후 오뚜기가 짬뽕라면 시장에 기습적으로 진출하면서 경쟁업체들의 허를 찔렀다. 출시 2개월 만에 2000만 개 판매를 돌파했다. 지난해 상반기 짜장라면 경쟁에선 농심(짜왕)이, 하반기 짬뽕라면 경쟁에선 오뚜기(진짬뽕)가 압승한 셈이다.
프리미엄 라면 돌풍으로 주춤하던 라면 시장이 다시 끓고 있다. 라면 시장은 2011년 1조9600억원, 2012년 1조9800억원, 2013년 2조100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이다가 2014년 1조9700억원으로 다소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프리미엄 짜장과 짬뽕라면이 연이어 히트를 치면서 다시 2조원 대를 넘기게 됐다.
프리미엄 라면의 인기는 1인 가구 증가, 혼밥(혼자 먹는 밥)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윤석 농심 면마케팅팀 브랜드매니저는 “먹방·쿡방 유행에 이어 혼자 밥을 먹더라도 제대로 먹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이 라면도 하나의 완성된 요리로 인식하고 실제 맛에 가깝게 구현한 프리미엄 라면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