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컨대 나는 복습 예찬론자다. 복습을 하면서 비로소 내가 오늘 배운 것이 무엇인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읽고 느낀 것을 자꾸만 되새김질하면서 불현듯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요새는 내일 공부할 것을 오늘 미리 들춰 보는 조금 부지런한 학생의 개인적인 예습을 뛰어넘어 아예 집단적인 ‘선행학습’이라는 것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예습의 중요성’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아예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입시에 성공하기 어렵다’는 식의 집단적인 불안으로 변질되어버린 것이다. 주변의 학부모들에게 물어보니 ‘선행학습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남들이 다 하니 어쩔 수 없이 학원에 보낸다’는 분들이 대다수다. 선행학습에 진심으로 찬성해서가 아니라 ‘아이가 뒤처지는 것이 싫어’ 학원에 보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음 학기는 물론 내년에 배울 내용까지 완벽하게 마스터하는 정도의 과도한 선행학습이 교사의 ‘가르칠 권리’를 빼앗는 것은 아닌가. 과도한 선행학습이 학생들에게 ‘오늘 무엇을 배울지 설렐 수 있는 기회’마저 빼앗는 것은 아닌가.
아이가 뒤처질까 선행학습 시키는 불안 내려놓고
괴물과 스스로 싸울 수 있는 면역력을 키워주자
개막식·폐막식·갈라쇼가 아무리 좋아도 본게임이 훌륭하지 않다면 어찌 최고의 승부라 하겠는가. 아이들에게 수업 시간이라는 본게임에 충실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할 일 아닐까. 중학교 자유학기제 전면시행을 앞두고 시험 없는 자유학기제를 오히려 선행학습의 기회로 삼으려는 학원들의 부정광고가 판을 치고 있다. 먼저 어른들의 불안을 잠재우자. ‘아이가 뒤떨어질까 봐 선행학습을 시킨다’는 불안을 잠시 내려놓고 ‘무엇이 진정 공부인가’를 생각해보자. 무리한 선행학습을 위해 학원을 서너 개 보내는 엄마보다는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며 자연스러운 일상 속의 복습을 함께하는 엄마가 많아졌으면. 진정한 교육은 괴물을 부모의 힘으로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괴물과 스스로 싸울 수 있도록 고통의 면역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본게임’의 설렘을 되돌려주자. 우리 자신에게도 ‘예습의 우월감’이 아닌 ‘복습의 진짜 즐거움’을 되찾아주자.
정여울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