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정신없는 여섯 시간이 흘렀다. 쿠데타는 실패했다. 정의가 승리했고 내 판단이 옳았다고 여겼다. 그런데 진압 이후 나온 갖가지 분석 기사와 칼럼을 보니 꼭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의와 불의, 선과 악이라는 단순한 구도로 판단할 일이 아니었다. 터키의 국부인 아타튀르크의 정신을 계승하는 군부가 술탄이 되고자 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맞선 ‘민주적’ 쿠데타라는 시각까지 있었다. 독재를 위한 쿠데타가 아닌, 독재를 막으려는 쿠데타일 수도 있었다. 독재와 쿠데타가 맞서는 상황이라면 어떤 게 정의이고 불의인지 쉽게 판단할 수 있을까.
터키뿐 아니다. 영국은 난민과 이민자 문제를 국익보다 높은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그래서 유럽연합(EU)을 탈퇴했고 그 역풍에 맞닥뜨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체를 고려하지 않는 부분적 정당성을 내세우는 이들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윤리적으론 몰라도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며 버티는 공직자, 안보 앞에선 다른 말을 하지 말라는 정치인들이 그렇다.
종교가 아니라면 세상에 영원하고 지당한 기준은 없다. 그 기준을 세우는 방법이나 과정에 대한 명확한 정답도 없다. 나만이 옳다는 편협한 시각으로 세운 기준이 더 위험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 주변의 사회현상이나 상황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올바름보다는 넓음 혹은 다양함이 기준을 세우는 방식이 돼야 한다. 터키 쿠데타에서 내가 얻은 교훈이다.
정희형 경희대 생체의공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