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부총리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추경은 먼저 처리하고 (9월) 정기국회가 되고 나서도 다른 이슈가 많으니 섞어서 하시면 될 텐데 뭘 그렇게 처리를 안 하고 그러는지…. 참 갑갑하다”고 말했다. “아주 괴롭게 됐다. 제가 직원들 볼 낯이 없다”고도 했다.
추경 위해 문턱 닳도록 국회 방문
사실상 무산 위기 “직원 볼 낯 없어”
유 부총리는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 뒤부터 국회를 문턱이 닳도록 찾았다. 지난 16일 예결위 참석 후 17일에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과 면담했고 19일에는 김현미(더불어민주당 소속) 예결위원장을 만나 추경안 처리를 부탁했다. 주말에도 비공개로 여야 지도부를 각각 만나 추경안 처리를 통사정했다.
하지만 당초 여야가 처리를 약속했던 22일 오후,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을 나서는 유 부총리의 표정은 낙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의원총회에서 조선·해양 구조조정 청문회에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에 대한 증인 채택을 하지 않으면 추경 처리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였다. 유 부총리는 그때 기자들과 만나 “추경을 (내년도) 본예산에 포함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난감해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주 중 추경 처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두 야당에 촉구했다. 반면 더민주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추경을 하게 된 배경이 구조조정”이라며 “청문회를 통해 구조조정의 원인에 대한 정책적 판단 착오까지 철저히 밝힌 후 재정 투입을 설득하는 것이 정부의 도리”라고 맞섰다. 여야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같은 말만 반복하는 사이 ‘타이밍이 생명’이라는 추경안은 잠만 자다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