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가 된 서울 도심 주택가의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구청에서 현수막까지 만들어 내 걸 정도다. 서울 종로구 북촌, 서촌, 이화동 벽화마을이 대표적이다. 북촌 주민 김재혁(43)씨는 “매일 오전 7시30분이 되면 관광객 수십 명이 몰려와 여행용 가방을 끌며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사람 사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 동네에 4년째 거주 중이라는 오옥순(55)씨는 “처음 이사 왔을 때는 대문을 열어놓고 관광객들에게 집도 구경시켜주고 화장실도 이용하게 해줬다. 그러나 일행 하나가 들어오면 줄지어 들어오는 통에 결국 문을 닫아 놓고 산다. 그랬더니 이제는 아침마다 대문 앞에 버려진 쓰레기 치우는 일이 고역이 됐다”고 말했다.
아침부터 수십명 몰려와 노이로제
서촌 지역 거주민들도 마찬가지
작년엔 2건뿐이던 민원 올해 18건
화난 주민들 벽화 지워 갈등도
동네를 떠나는 이도 늘고 있다. 종로구 가회동 통장 이강배(53)씨는 “우리 통에 있는 아흔 채의 집 중에서 열 집 정도에는 주민이 살고 있지 않다.세를 살던 주민도 소음·주차 문제 등을 이유로 속속 동네를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동네의 부동산 값도 약세로 돌아섰다. 한 부동산 중개인은 “5년 전만 해도 3.3㎡당 3000만~3500만원 선이던 가회동 한옥이 지금은 평당 2000만~2500만원 수준으로 내려앉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실력 행사’에 나서는 곳도 있다. 지난 4월 주민들이 직접 동네 명물인 벽화를 지운 종로구 이화동 벽화마을이 대표적이다. 이곳 주민들은 이달 12일에도 네 곳의 벽화를 추가로 지웠다. 이 지역 명물로 통하던 ‘해바라기 계단’은 회색 페인트로 덧칠됐다. 계단 양 옆 벽면엔 붉은색 페인트로 ‘주거지에 관광지가 웬말이냐’ ‘관광지 반대’ 등의 글이 적혀 있다.
주민들의 거주권을 넘어선 생활권 보호 주장도 나온다. 관광지화가 되면서 정작 주민 편의시설은 사라져서다. 비영리단체 ‘이매진피스’의 임영신 대표는 “프랑스 파리는 400개 보호 상업 구역을 지정해 반찬 가게, 세탁소, 정육점 같은 주민에게 필요한 업소는 임대료 등을 지원해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