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입장서 어떻게 문제 낼까 고민
수업 빼고 4시간 공부, 휴식 충분히 취해
세상 일이 노력만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노력이 곧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서울 양재고 2학년 전교 1등 조영진양은 “강의 스타일과 선호하는 문제 유형 등 선생님마다 다른 특징에 맞춰 공부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공부에서 무엇보다 전략이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조양은 교사의 수업 방식에 따라 내신 대비 방법을 달리한다. 조양은 “국어?영어는 오답 분석을 하며 논리적으로 따져봐야 하고, 수학은 혼자 힘으로 끙끙대며 여러 풀이를 고민해보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양의 전교 1등 비결은 전략적인 선택과 집중에 있었다.
‘왜’라고 되물으며 약점 찾아 보완
조양은 중간·기말 고사 등 내신 시험이 끝나면 항상 분석 노트를 만든다. 각 과목별로 이번 시험에서 어떤 실수를 했는지,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다음 시험 때 유의해야 할 부분을 꼼꼼하게 정리한다. 예를 들어, ‘영어: 지문 쉽다고 무시하지 말고 꼭 다섯 번 반복해 보기’ ‘국어: 교과서 수록 작품과 특징이 비슷한 문학 작품 찾아 정리하기’와 같은 분석과 총평을 각 과목별로 되짚는다.
매 시험이 끝나고 만든 분석 노트는 차곡차곡 모아둔다. 조양은 약 한 달 정도 내신을 준비하는데, 이렇게 모은 분석 노트를 꺼내 자신의 약점과 실수에 대해 반성하고 이번 시험에서 유의할 점을 되새기는 것부터 시작한다. 조양은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해도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이 꼭 생긴다”며 “분석 노트로 지난 시험 준비 과정을 되돌아보면 이번 시험에서 무엇을 보완하고,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할지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조양의 이런 공부 습관을 ‘메타인지적 지식’이라고 말한다. ‘메타인지적 지식’이란 어떤 일을 시도할 때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정확히 구분해내는 능력을 말한다. 부족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실천 전략까지 포함한다. 스스로에게 ‘왜’를 되묻는 습관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한다. 객관적인 통찰은 약점을 보완하고 자신만의 공부법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 조양은 “예전에는 국어 비문학 지문을 어려워했는데 여러 방법을 써보면서 지금은 내게 맞는 독해법을 찾았다”며 “계속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 자체가 최고의 공부법인것 같다”고 말했다.
교사 특성 따라 달라지는 공부 전략
내신 대비를 할 때 교과서·프린트 등 수업 교재를 무조건 외우려는 학생이 많다. 조양은 “교재보다 먼저 선생님 특징을 파악하는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조양은 교사의 강의 스타일에 따라 내신 대비 방법을 달리한다. 과목 대부분 교과서에 필기하지만 지난 학기에 특별하게 ‘독서와 문법’ ‘윤리와 사상’ 과목은 노트를 따로 만들었다.
“학생에게 즉흥적으로 질문을 던지거나, 교과서 외 보충 설명이 많고 발표·토론을 좋아하는 선생님의 수업은 강의 내용을 꼼꼼하게 필기해두는게 중요해요. 설명을 모두 받아 적은 뒤에 그걸 다시 정리·요약해보면 선생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알 수 있어요.”
조양은 약간 즉흥적인 성격이다. 수학은 매일 공부하지만 나머지 과목은 그날 그날 하고 싶은 과목을 골라하는 식이다.
교과서·참고서를 반복해 볼 때는 항상 ‘내가 선생님이라면 이 부분에서 문제를 낼 텐데’라며 교사의 입장에서 개념을 짚어본다. 마지막 점검 때는 굵은 마커펜으로 출제 가능성이 높은 개념과 헷갈리기 쉬운 내용을 교과서 빈 칸에 메모하며 정리한다. 교사 입장에서 생각하기는 수업 집중력도 높여준다. “수업을 들을 때도 항상 ‘어떻게 문제를 낼까’를 생각해봐요. 그러면 선생님 설명 중 어느 하나도 허투로 들을 수 없죠.”
학원 수업 끝난 직후 1시간 복습
조양이 학원을 활용하는 모습에서도 ‘메타인지적 지식’을 발견할 수 있다. 맹목적으로 학원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수업만 전략적으로 듣는다. 내신 대비 기간인 한 달 동안은 내신 전문 학원을, 시험이 끝난 후에는 수능 전문 학원을 다니는 식이다.
집중력을 유지하는 비결이 또 있다. 공부를 하다 집중력이 떨어질 때쯤 되면 공부하는 장소를 바꾼다. 자기 방 책상에서, 거실로, 또 안방으로 옮겨가며 공부한다. 조양은 “내 방에서 공부하다 딴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일부러 엄마가 있는 거실로 나간다”고 말했다. “엄마가 지켜본다고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긴장하게 되잖아요. 내 의지로 집중력을 유지 못 할 때는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공간’을 내가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 같아요.”
글=정현진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