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보편성에 호소하라=리우 올림픽은 남미에서 열린 첫 번째 올림픽이었다. 브라질 문화는 삼바·보사노바 이외에는 크게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 만큼 미지의 올림픽이었다. 그럼에도 리우가 낯설지 않았던 건 ‘자연성’과 ‘몸’이라는 보편적 테마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18개월 앞둔 평창이 배워야할 것
런던올림픽 예산의 12분의 1 그쳐
평창, 절제의 올림픽 염두에 둬야
개막식의 빈민촌, 폐막식 때 노예
브라질 아픔 숨기는 대신 보듬어
평창도 정선아리랑 고려해볼 만
김정효 서울대 체육철학 강사는 “기존 올림픽 개·폐막식은 자국주의를 강하게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런던 올림픽의 경우 퀸·스파이스걸스 등을 등장시키며 폐막식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광대한 놀이터로 만들었다. 리우에서 그게 한층 더 업그레이드됐다”고 분석했다.
리우 폐막식엔 레이스 짜는 여인이 등장했다. 브라질로 건너온 아프리카 노예들의 애환을 그린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브라질은 이민자의 나라다. 16세기 포르투갈을 필두로 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건너온 다인종 집결지였다. 이들은 서로 헐뜯고 싸우기보다 힘든 노동을 함께 나누며 땅에 순응하는 법을 익혀왔다. 적대보다 환대가, 정복보다 관용이 브라질의 정서로 자리 잡은 배경이다. 이런 역사적 흐름이 리우 개·폐막식에 녹아 있어 더욱 울림이 컸던 것이다.
안호상 국립극장장은 “리우 올림픽은 브라질만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적 경험 등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객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평했다. 이런 맥락에서 평창 올림픽의 콘셉트로 고된 삶에서도 결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정선아리랑’(강원도 무형문화재 1호)을 고려할 만하다.
③거품을 빼라=리우 올림픽 개·폐막식 비용은 620여억원. 베이징 올림픽의 20분의 1, 런던 올림픽의 12분의 1 규모다. 물량 공세와 과시성 보여주기로만 치닫던 올림픽이 리우에서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다. 최첨단 하이테크놀로지의 향연은 담백한 아날로그 스타일로 변화되고 있다. 리우 폐막식에서도 정작 조명을 받은 이들은 자원봉사자와 일반 시민이었다.
성기완 교수는 “브라질엔 감비아하(Gambiarra), 즉 ‘없으면 없는 대로 고쳐 쓴다’는 전통이 있다. 알뜰함이 개·폐막식에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윤평중 교수는 “휘황찬란한 올림픽이 환영받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스포츠 국가주의에 대한 반성만큼 절제의 올림픽이 시대정신임을 리우가 웅변하고 있다”며 “평창 올림픽 역시 새로운 시설을 짓는 데 비용을 투입하기보다 기존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재생·친환경 올림픽을 지향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베 출연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다. 탈정치성을 중시하는 올림픽 정신과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올림픽 주최는 ‘국가’가 아닌 ‘도시’다. 즉 시장이나 도지사의 책임하에 진행된다. 리우 폐막식에서도 올림픽기를 건네받은 건 도쿄 도지사 아닌가. 차기 올림픽을 알리는 데 정치 지도자가 직접 등장한 건 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김정효 강사는 “도쿄 올림픽이 ‘아베 올림픽’임을 공공연히 드러낸 이벤트다. 아베의 정치적 야심이 올림픽 정신을 오염시키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