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동아제약 경영권 분쟁 때도 홍보 맡은 박수환

중앙일보

입력 2016.08.23 01:43

수정 2016.08.2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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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경영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홍보대행사 뉴스커뮤니케이션스(뉴스컴) 박수환(58·여) 대표가 22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박수환 대표가 22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은 박 대표가 남상태(66·구속기소) 전 대우조선 사장과 민유성(62) 전 산업은행장 사이에서 ‘연임 로비’를 위한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이날 박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조사실에 들어가기 전 박 대표는 기자들의 “남 전 사장의 연임 로비에 관여했나” “민 전 산업은행장과 어떤 관계인가” 등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검찰은 조만간 박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남상태 연임 로비 의혹 조사받아
굵직한 대기업 소송 등에 관여
모 신문사 간부 등과 친분 내세워
수차례 홍보 계약 따낸 정황도
검찰, 조만간 구속영장 청구키로

검찰은 박 대표가 남 전 사장의 재임 시기인 2009~2011년에 대우조선과 26억원의 계약을 맺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남 전 사장의 연임 여부 결정을 수개월 앞둔 2008년 6월에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에선 민유성(62) 행장이 취임했다. 검찰은 민 행장과 평소 알고 지내던 박 대표가 남 전 사장의 연임을 로비하고 대가로 수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박 대표가 로비스트 역할을 하고 특혜를 받았다고 판단할 만한 단서가 있다”고 말했다.

1997년 뉴스컴을 세운 박 대표는 대기업 홍보 업무뿐 아니라 대기업 경영권 분쟁이나 금융·산업 분야의 송사 등에 관여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는 2013년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이 친형인 조현준 사장 등을 비롯한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을 배임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했을 때 조 부사장 측 언론 창구 역할을 했다. 이에 대해 효성의 한 관계자는 “그 직전까지 박 대표는 형인 조 사장 측의 홍보를 맡았는데, 갑자기 동생 편에 가 있어 깜짝 놀랐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조 전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있던 동륭실업의 비상임이사를 맡기도 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터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도 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박 대표 밑에서 일하던 직원이 독립해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소송 관련 홍보를 맡았다. 이를 두고 박 대표가 영향력을 발휘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민 전 행장과, 민 전 행장의 경기고 동창인 김수창 변호사 등이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의 법률 대리를 하고 있다.


박 대표는 또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과 차남 강문석 사장 사이의 계열사 구조조정을 둘러싼 다툼에도 관여했다. 이 같은 경력으로 인해 박 대표는 재계 일각에서 ‘대기업 오너가 분쟁의 감초’로 불리고 있다.

박 대표의 뉴스컴은 외국계 기업의 홍보 대행 업무도 여러 차례 맡았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삼성물산과 지분 다툼을 벌인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등도 고객이었다. 박 대표는 정·관계나 언론계, 법조계 등의 인사와도 두루 인맥을 쌓았다. 특히 2004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홍보 업무를 맡으면서 전 정권의 실세들과도 친분을 맺었다고 한다.

모 신문사 간부 S씨와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 K씨 등의 친분을 내세워 계약을 따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S씨의 친형은 2009년부터 약 4년간 대우조선의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활동했다. 이 부분에 박 대표 또는 S씨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돼 있다. 검찰은 박 대표가 기업들과 업무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유력 인사들이 도움을 주고 대가를 받았는지 확인 중이다.

글=김선미·송승환 기자 calling@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