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1700여개 유니클로 매장 평가에서 2위를 한 말레이시아의 정건우씨. 입사 4년 만에 성공한 해외 점장을 거쳐 점장 슈퍼바이저가 됐다. [사진 김성룡 기자]
지난해 3월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의 시티스퀘어 매장 점장으로 선임된 정 씨는 히트텍(발열 의류) 주문을 대폭 늘렸다. 본사가 깜짝 놀랄 정도였다. 말레이시아 연평균 기온이 27도가 넘다 보니 도박처럼 보였지만 믿는 구석이 있었다. 자신의 관찰력이었다.
4년 만에 유니클로 점장된 정건우씨
‘일본·한국 여행 전 겨울 옷 많이 구매’
인접 싱가포르인 쇼핑 습관에 착안
‘히트텍’ 등 갖추자 매출 3배 늘어
전세계 1700개 매장 중 2위로 키워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발열 속옷부터 겨울 패딩 등 겨울 옷 구성을 늘리자 1년 만에 매출이 3배로 뛰었다. 운도 따랐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화폐 가치가 추락하면서 싱가포르 사람들이 싼 겨울 옷을 찾아서 국경과 가까운 조호바루 매장으로 몰려왔다. 재고가 바닥이 나 추가 주문을 계속 해야 할 만큼 인기가 높았다.
‘도박’이 ‘대박’이 되면서 정 씨가 점장인 매장은 매출 신장률, 고객 만족도, 매장 관리 평가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얻어 지난 3월 전세계 1700여개 유니클로 매장 중 2위를 차지했다.
정 씨는 관찰에 익숙한 비결로 대학생 때부터 했던 매장 현장 경험을 꼽는다. 그는 “대학생 때부터 옷 가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람과 대면하 는 일이 재미있고 적성에 맞다고 생각했다”며 “주변이 바라는 모습이나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아야 내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처음부터 성공이 보였던 것은 아니다. 정 씨는 “한국 유니클로에서 2년 정도 일을 하다가 해외 점장 모집에 지원하면서 말레이시아에 왔는데 한 달 동안은 출근하기가 싫었다”고 털어놨다. 문화 차이 때문이었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에 현지인 점원들이 거부감을 느꼈다. 정 씨는 “지시만 계속 내리다가 고민 끝에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질문을 하면서 손발이 맞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 씨는 2012년 유니클로에 입사했다. 유니클로는 모든 신입사원을 점장 후보로 매장에 배치한다. 입사 이후 첫 임무는 매장 바닥 청소와 마네킹 먼지 제거였다. 다른 대기업 입사를 포기하고 점장 후보직을 선택했기 때문에 정 씨도 회의가 들었다. 가족과 친구들도 “왜 4년제 대학을 졸업했는데 매장에서 청소를 하느냐”며 이직을 권했다. 하지만 정 씨는 “여기서 승부를 봐야한다는 오기로 버텼다”고 말한다. 또 “정장을 입고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매장에서 근무하는 현장 영업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글=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