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을 원한 대북 소식통은 “태 공사가 두 아들과 함께 다니던 테니스장에서 우리 측 인사를 만났고, 이곳에서 망명 의사를 처음 밝힌 것으로 안다”며 “그가 해외공관에서 근무했던 만큼 김정은의 비자금 관리에 관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더타임스·BBC 등 영국 현지 언론은 태 공사가 런던 서부 북한대사관 인근에 있는 콜룸바 테니스 클럽에 다녔다고 보도했다.
복수의 대북소식통 “한국으로 직행”
김정은 해외비자금 관리 가능성
영국 언론, MI6 지원설도 제기
빅터 차 “북한엔 외교적 쿠데타”
더타임스 등이 태 공사가 이달 초 영국 주재 한국대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신청했다고 보도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 대북 정보에 밝은 소식통은 “상호 감시가 심한 북한대사관에선 1~2시간 부재 시 바로 동선 파악에 들어가는데 한국대사관행을 택했다면 바로 발각돼 더 위험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측 입장을 대변해온 조미평화센터 김명철 소장은 18일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태 공사가 “한국 정보기관의 뇌물 또는 강압으로 인해 망명했을 것”이라며 “북한을 붕괴시키려는 책략”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자발적이라고 하면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기에 (북한으로서는) 유혹에 빠져서 갔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북한도 내부 파장을 고려해 신중하게 상황을 주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영국 주재 대사관의 2인자인 태 공사의 탈북이 갖는 파장을 두고 ‘외교적 쿠데타’라는 말도 나온다. 이용호 외무상이 2003년 주영 대사를 지냈을 만큼 영국은 북한 외교관들에게 엘리트 코스로 통한다.
빅터 차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19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태 공사의 망명은 북한으로선 외교적 쿠데타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진·서재준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