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정치인들의 ‘영화 정치’였다.
영화 관람도 여야 엇갈려
두 사람은 2014년 12월 31일 각자 부산을 배경으로 한 ‘국제시장’을 봤다. 한국전쟁과 흥남철수, 파독 광부·간호사, 베트남전 등 현대사를 관통하는 영화를 본 부산 남자들은 울었다. 김 전 대표는 “역사의 아픔에 눈물이 났다”고 말했고, 문 전 대표는 “이산가족 상봉부터 계속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영화를 보수적으로만 해석하는 건 온당치 않다”며 통일을 강조했다. 당시 그는 영남권과 중·장년층으로의 지지층 확장을 고심하던 때였다. 영화를 당 실버위원회 장년층과 함께 관람했다는 점도 그런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청와대 회의에서 ‘국제시장’을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에 돌풍을 일으키는 영화에도 보니까 부부 싸움을 하다가도 애국가가 들리니까 국기 배례를 하고…”라고 말한 적이 있다. 박 대통령은 영화를 보면서 이산가족 상봉보다 애국심과 경제성장이 인상 깊었음을 보여준다.
박 대통령이 ‘국제시장’을 관람하던 날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던 안철수 의원은 상영관을 잡지 못했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란 영화를 국회에서 관람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존을 핵심으로 한 자신의 경제 정책인 공정성장론을 피력할 때다. 그는 2011년엔 ‘허블3D’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의 내레이션을 맡아 목소리 배우로 출연한 경력도 있다고 한다.
최근 여야는 ‘인천상륙작전’과 ‘덕혜옹주’를 놓고 갈라섰다.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도 15일 이 영화를 봤다. 이날은 영화보다 동행한 이재명 성남시장이 눈길을 끌었다. 이 시장과 같이 영화를 본 이유를 기자들이 묻자 김 대표의 부인 김미경 교수는 “눈치 못 채겠느냐”고 되물었다. 김 대표의 호출로 ‘덕혜옹주’를 다시 보게 된 이 시장은 기자들에게 “대선에서 역할을 하겠다”는 말을 했다.
대선에서 영화는 압축된 메시지로 활용됐다. 박근혜 당시 후보는 아동 성폭행 사건을 다룬 ‘돈 크라이 마미’를 관람했다. 영화의 모티브는 ‘4대 악 척결’이라는 핵심 정책으로 연결됐다. 문재인 후보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본 뒤 관람석에서 5분 넘게 눈물을 쏟았다. 이 장면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자아내며 야권 표심을 결집시켰다. 그는 대선 패배 후에도 노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영화 ‘변호인’을 관람하면서 정계 복귀를 위해 몸을 풀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