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열차표 온라인 예매가 시작된 지난 17일 오전 6시. 대학생 김모(24)씨는 대학 친구 4명과 함께 서울 성동구의 한 PC방에 있었다. 추석 연휴 기간의 열차표를 예매한 뒤 웃돈을 얹어 되팔기 위해서였다. 한 사람이 예매할 수 있는 티켓은 최대 6장으로 장당 3만원 웃돈을 얹어 팔면 18만원을 벌 수 있다.
1인당 최대 6장까지 살 수 있어
3만원만 얹어 팔아도 짭짤한 수입
코레일 “불법 알지만 단속 힘들어”
김씨가 친구들과 함께 예매한 열차표에 웃돈을 얹어 판매한다면 현행 철도사업법에 따른 엄연한 불법행위가 된다. 처벌 수위도 과태료 1000만원과 벌금 20만원 이하 등으로 가볍지 않다. 하지만 매년 점점 치열해지는 열차표 예매 경쟁을 노려 암표 거래는 물론 ‘대리 티케팅’까지 횡행하고 있다. 직장인들의 경우 현장 예매는 물론 온라인 예매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한 온라인 카페엔 ‘신의 손 대리 티케팅. 성공보수 3만원. 실패 시 0원’이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엔 ‘매크로 프로그램(사전에 원하는 티켓 정보를 입력해 자동으로 표를 예매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성공확률 80% 이상’이라고 돼 있다. 지난해부터 대리 티케팅을 이용해왔다는 직장인 김상형(33)씨는 “명절에라도 부산에 계신 부모님을 뵙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수고비 3만원이 아깝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은 대리 티케팅 등 불법거래가 횡행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꾸준히 단속하지만 워낙 다양한 방식으로 개인 간 거래가 이뤄져 근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레일의 대처가 지나치게 안일하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회사원 이모(48)씨는 “항공권처럼 티켓에 실제 승차하는 사람의 이름을 인쇄해 탑승 전 확인하는 절차만 거쳐도 암표나 중고거래는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명절 기간만이라도 승차권 실명제를 실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