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를 살펴봐도 리우 올림픽보다 메달 성과가 좋았던 지난 런던 올림픽 출전 선수 248명 가운데 한 게임도 지지 않고 모든 경기를 우승한 선수의 숫자는 단체전 금메달 선수를 포함해 총 18명이었다. 하지만 그 숫자보다 월등히 많은 230명의 선수가 경기에 지거나 메달권에 들지 못해 조용히 귀국한다. 만약 올림픽을 하는 이유가 경쟁을 통해 내 실력이 다른 선수들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증명해 금메달을 따고 영웅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라면, 아주 극소수의 성공하는 사람들과 대다수의 실패자들을 양산하는 불행한 무대가 돼버린다. 은메달을 따고도 자신은 “금메달을 못 따 영웅이 아니다”라고 했다는 북한 역도의 엄윤철 선수처럼 말이다.
남들과의 비교를 통한 등수로 매겨진다면 항상 불안할 수밖에
우정과 협력의 올림픽 정신 보여주는 이야기가 더 많았으면
또한 그녀보다 0.01초 빨리 들어온 선수가 있어 아깝게도 은메달을 놓쳤다는 기자의 말을 듣자 푸위안후이 선수는 아주 쿨하게 답했다. 아마도 자기 팔이 은메달을 딴 선수의 팔보다 조금 짧아서일 수도 있다고 말이다. 실제로 팔다리가 백인이나 흑인이 비해 짧은 동양인의 신체 구조로 육상이나 수영에서 그들과 똑같이 경쟁한다는 것은 어려운 게임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래서 운동선수들이 기록이 좋지 않을 때 그들이 노력하지 않았다고 바라보는 시선은 가혹하다고 생각한다. 선천적인 몸의 구조, 경기 당일의 날씨와 컨디션, 어떤 심판을 만났고 예선전에서 누구와 경쟁했는지 등 여러 가지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운도 분명 작용한다. 그 때문에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도 혼자만의 노력의 결과라고 여기는 것도 맞지 않고, 반대로 성적이 평소보다 좋지 않았다고 무조건 자기 잘못이라며 두고두고 자책하는 것도 맞지 않다.
지금 올림픽 공식 웹사이트에는 두 명의 육상 여성 선수의 이야기가 메인을 장식하고 있다. 5000m 달리기에서 미국 선수와 뉴질랜드 선수가 경기 도중에 넘어졌는데 바로 일어난 미국 선수가 자기 혼자만 달리지 않고 같이 넘어진 뉴질랜드 선수를 도와 끝까지 완주하도록 한 것이다. 매일 아침 올라오는 나라별 올림픽 메달 집계 현황도 중요하지만 경쟁이 아닌 우정과 협력의 올림픽 정신을 보여준 그런 이야기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올림픽 경기에서 지고 돌아올 많은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그대가 그대 인생의 승자라고 격려해 주고 싶다.
혜민 스님 마음치유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