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침일 복불복…전기 60% 더 썼는데 요금은 3배

중앙일보

입력 2016.08.18 01:58

수정 2016.08.18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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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용 전기요금 체계의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전기요금 ‘폭탄’ 논란에 정부가 부랴부랴 올 여름철 전기요금을 한시적으로 깎아주기로 했지만 오히려 검침일에 따른 요금 책정의 불합리성이 부각되고 있다. 할인 혜택의 수준이 가구의 검침일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17일 홈페이지에 ‘하계 주택용 전기요금 할인제도 안내’를 게재하고 “고객의 검침일을 기준으로 구분해 요금을 할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결과 올 7~9월 전기 사용량에 대해 온전히 할인 혜택을 보는 가구가 있는 반면 7월 초 전기 사용량 대신 10월 사용량이 할인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가구도 생겨났다.
한전이 검침일에 따라 요금을 책정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한전이 책정한 검침일은 ▶1차 매월 1~5일 사이(25일 납기·440만 가구) ▶2차 8~12일 사이(말일 납기·510만 가구) ▶3차 15~17일(다음달 5일 납기·450만 가구) ▶4차 18~19일(다음달 10일 납기·250만 가구) ▶5차 22~24일(다음달 15일 납기·230만 가구) ▶6차 25~26일(다음달 20일 납기·260만 가구) ▶7차 말일(다음달 18일 납기·41만 가구)이다. 이렇게 검침일이 다른 건 비용 때문이다. 지금은 검침원 3000명이 순차적으로 한 달간 검침을 한다. 전국이 동시에 같은 날 검침을 하려면 7만 명 정도의 검침원이 필요하다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전기 사용량 많은 7월 말 8월 초
포함되나 안 되나 따라 요금 큰 차
한전 “2022년 희망검침일제 도입”

전기 소비자들은 검침일을 통한 요금 책정의 불합리함을 이미 겪고 있다. 검침일에 따라 같은 양의 전기를 써도 요금을 다르게 내고 있기 때문이다. 에어컨을 많이 켜는 7월 말, 8월 초 사용량이 합쳐지기도, 나눠지기도 한다. 합쳐지면 최대 11.7배 차이가 나는 누진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예컨대 검침일이 1일인 A가구는 7월 요금 적용 기간이 7월 1~31일이다. 이 가구가 500㎾h의 전기를 쓰면 누진제 할인이 적용돼 10만9970원의 요금이 나온다. 검침일이 25일인 B가구는 요금 적용 기간이 7월 25일~8월 24일이 된다. B가구가 가장 더운 7월 말~8월 초에 에어컨을 많이 돌려 800㎾h를 썼다고 치자. 이 경우 누진제 최고 6단계 구간(사용량 550㎾h 이상)이 일부 적용되면서 요금은 34만1810원으로 뛴다. B가구가 A가구에 비해 전기를 60% 더 썼지만 요금은 210%나 더 내는 셈이다.

이런 검침일은 한전이 일방적으로 정한다. 현재로선 소비자가 검침일을 정할 수 없다. 한전도 이 문제를 인식하지만 당장 내놓을 대안이 마땅치 않다. 전기 소비자가 검침제를 정할 수 있는 ‘희망일 검침제’를 2022년에 전면 도입한다는 게 대책의 전부다. 이 제도 시행의 전제가 되는 전자식 스마트계량기(AMI)가 2022년에나 전면 보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남현·김민상 기자 ha.nam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