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부는 지난달 4618대를 팔아 르노삼성차 SM6(4508대)를 제치고 쏘나타(5168대, 영업용 택시 판매 제외)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지난 4월 출시해 상승세란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엔 ‘역전’을 노려볼만 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천 청라주행시험장 가보니
온도·눈·소음 등 미국과 다른 환경
한국서 18개월 담금질 후 내놔
“일반인도 미국차와 쉽게 구분”
처음 들른 곳은 250억원을 투자해 만든 환경 풍동(風洞) 실험실. 실내에서 인공적으로 온·습도 조절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말리부는 본래 뼛속까지 ‘미국차’다. 이번 9세대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을 출시하기까지 40여년 동안 미국 시장에서 중형 세단의 표준 역할을 해 온 차다. 하지만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 말리부는 이 곳 풍동 실험실부터 거쳐야 했다.
풍동 실험실 옆 ‘로드 시뮬레이터룸’에선 소음·진동에 유독 민감한 한국 소비자를 위해 말리부를 최적화하는 실험을 재현했다. 운전석에 앉자 바퀴 밑을 붙잡은 로봇 팔이 위 아래로 심하게 차를 들썩거렸다. 그런데도 차 안에서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주행 시험장에도 올랐다. 전 세계 33곳에서 공수한 재료로 요철·30도경사·아스팔트·자갈·사막 등 현지 도로를 재현한 곳이다. GM 본사가 미국 외에 처음 만든 주행시험장일 정도로 신경을 썼다. 이 곳에서 미국에서 판매 중인 말리부와 국산 말리부를 비교 시승했다. 국산 말리부를 타자 미국차보다 운전대가 한결 가벼웠다. 코너를 빠른 속도로 돌 때마다 좀 더 단단한 승차감을 느꼈다. 김 팀장은 “미국과 달리 한국엔 과속방지턱이 많아 물렁물렁한 말리부 서스펜션을 좀 더 단단하게 튜닝했다. 국산 말리부는 미국차와 일반인도 쉽게 구분할 수 있을만큼 다르다”고 설명했다.
말리부는 총 50개월의 개발 기간 중 18개월 동안 청라주행시험장에서 담금질하는 과정을 거쳤다.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은 “말리부를 시작으로 GM 차량을 한국화해 들여오는 데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인천=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