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병원에서 약물 잘못 투여해 왼팔 마비된 23살 육군 병장

중앙일보

입력 2016.08.16 16:20

수정 2016.08.1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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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디스크 치료차 군 병원을 찾은 23살 육군 병장이 엉뚱하게도 소독용 에탄올 주사를 맞고 왼쪽 팔이 마비돼 치료를 받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16일 “청평 국군병원 소속 군의관 A대위가 목디스크 치료를 위해 지난 6월 내원한 김 모 병장에게 약물을 잘못 투여해 왼쪽 팔이 마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혈관 등을 잘 볼 수 있도록 조영제를 놓아야 하는데 의료장비 소독에 쓰는 에탄올을 주사한 것이다.

국군 의무사령부 감찰조사 결과, 간호장교가 에탄올을 조영제로 착각해 잘못 가져왔고 군의관은 이를 확인하지 않은 채 주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은 두 사람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진행 중이다.


조영제와 에탄올은 둘다 무색 투명한 액체라 헷갈리기 쉬운데 인체에 쓰는 약품과 의료장비에 쓰는 약품을 같은 장소에 보관한 것부터가 허술함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대를 한달 정도 남겨둔 김 병장은 신경 손상으로 왼팔이 마비돼 민간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고 있고, 곧 의병 제대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김 병장에게 군인 장애 보상 2급 판정을 내리고 보상금 1000여만 원과 전역 후 6개월간 치료비 지원을 결정했다.

하지만 의병 전역 후 추가로 보상을 받으려면 피해자가 직접 서류를 준비해 보훈처의 심사를 받는 등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김 병장의 가족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에서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군 관계자들이 김 병장의 가족에게 언론에 피해 사실을 제보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정황 등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사고 경위 등에 대한 국방부 브리핑은 한 매체의 보도로 여론이 들끓은 후에야 이뤄졌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